우울한 사람은 자신에게 부정적 경향
외부서 원인 찾으면 좋아질 기회 생겨
제대로 된 인지변화는 우울증치료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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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
'우울한 사람은 우울한 생각을 한다'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반대가 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래서 '우울한 생각을 하면 우울해진다'라는 이론이 우울증의 원인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 된다. 이것이 바로 우울증의 '인지 이론'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울할 수 있고 반대로 행복할 수 있다. 너무나 자주, 당연히 겪는 경험이다.
어떤 생각들이 우울을 부를까. 먼저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은 우울을 부른다. '공부 잘해야만 한다. 효도해야만 한다. 책임을 져야만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한다.' 이런 생각들의 안에는 '내'가 없다. 오직 외부의 압박에 쫓기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푸른 하늘 아래 자유롭게 산책하고 한가하게 거닐고 싶은 내가 없어지면, 우울할 수밖에 없다. 성공은 하였다고 하나 우울한 이유는 바로 이런 탓이다.
우울한 사람들은 세 가지 생각이 부정적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이다. 항상 초라하고 보잘것없고 열등한 자신만 존재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면 주변의 인물과 자기를 비교하기 바쁘다. 또 이상화 해놓은 가상의 인물을 마음속에 그려 두고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기를 낮춰 버린다. 그 비교에서 자신은 오직 패배자다. 마음속에서는 늘 "그러면 그렇지 내가 뭘 잘하는 게 있으려고"하고는 우울해진다.
둘째는 '현실과 자기 주변'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생각을 가지면 항상 자기 주변에 불만이 생긴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자기는 언제나 '흙수저'다. 목을 길게 빼고 위만 쳐다보지 낮은 곳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는 받은 것 없고 손 내밀어 줄 사람 없다고 투덜대며 부족하고 구멍 난 현실과 주변에 대한 탄식뿐이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도 이들에게는 공염불이다.
셋째는 '미래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이다. 미래가 나에게는 희망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은 우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미래의 희망이 자리 잡을 틈이 없다. 마음속에는 날카로운 가시들로 가득 차 있어서 자기를 끝없이 공격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자리 잡을 곳이 없는 마음이라면 당연히 우울해진다. 이 세 가지를 우울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정적 삼제' 라고 한다.
'흑백 논리'적인 생각도 우울을 부른다.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 '행복 아니면 불행' '성공 아니면 실패' 따위의 각진 생각은 자기에게 상처를 준다. 중간이 없다면 어느 쪽으로 넘어져도 다치게 되어 있다. 이들은 좋은 것 아니면 행복은 없고 성공하지 않으면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자신은 이것들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돼 당연히 우울해진다.
우울을 부르는 생각의 패턴들은 이것 외에도 제법 많다. '의미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 '과잉 일반화'하는 것, '선택적 추론'을 하는 것, '개인화'해버리는 것 등등 이들은 사고의 오류를 가져오고 생각의 편협을 부른다. 그래서 우울해진다.
만약 한 과목의 시험에 실패를 했다고 하자. 어떻게 핑계를 대느냐에 따라 우울에 빠지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정해진다.
우선 시험에 실패한 원인을 '내부적인 것'에 핑계를 댄다면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내부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내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돼. 나는 머리가 나빠" 이렇게 극단적으로 내부적인 핑계를 대면 (게다가 개인적인 것에) 앞으로의 희망은 없어진다.
머리가 나쁘다고 핑계를 대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좋아질 기회가 없다고 스스로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 된다. 이런 생각은 우울해진다. 바로 우울을 부르는 병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외부적인 것'에 핑계를 댄다면 조금은 가능성이 있다. "시험치기 전날 눈치 없는 친구가 나를 찾아와 같이 노는 바람에 시험공부를 등한시했고 결국 그 시험은 망쳤어"라고 핑계를 댄다면 다음 시험에 몇 가지 가능성이 열린다.
우선 시험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한다면 당연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또 친구가 찾아와서 놀자고 해도 우선 시험 준비부터 할 것이다. 자기 탓보다는 외부적인 것(게다가 환경적인 것에)에 그 탓을 돌리면 비록 지금은 망쳤으나 미래가 있을 것이고, 나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책임은 피하게 된다. 숨을 쉴 수 있다. 그래서 외부적인 것, 환경적인 것에 핑계를 대는 방법이 조금은 더 건강한 방법이다.
진료실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생각의 변화를 기대하는 인지치료를 할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인지의 변화는 어떤 치료보다 우울증에 큰 도움이 된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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