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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자식보험'의 두 얼굴

2022-02-16

조선 때만 해도 '효행'은

백행의 근본이었다지만

이젠 '조건부 천륜' 세상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자식보험'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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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주말섹션부장 겸 전문기자

'자식'이란 어떤 물건인가? 자식은 해가 뜨는 곳이자 동시에 해가 지는 곳. 예전에는 '하늘의 선물'이라 여겼다. 부모한테 자식은 존재 이유였고 그래서 '금지옥엽(金枝玉葉)'.

구한말까지만 해도 가장 확실한 방편은 '자식보험'이었다. 연금 개념도 없으니 믿을 건 문중과 동행했던 자식뿐이었다. 부모의 삶이란 결국 '자식이란 종착역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 효는 천륜이 뇌관으로 박힌 독특한 '상품'이다. 부모는 핏덩이를 부여안고 출사(出仕·선비가 벼슬아치가 되어 세상에 나감)할 때까지 별별 짓을 다 감내하고 감수한다.

어느 날 부모가 병이 들어 몸져 눕는다. 그걸 본 자식은 평생의 빚을 비슷한 형세로 갚아 나간다.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고 그렇게 양육 받은 자식은 제 부모를 위해 '봉양(奉養)' 한다. 양육과 봉양 사이, 그 넓이가 바로 세월이다.

효도가 꼭 자식만의 몫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그 자식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이것보다 더 완벽한 공생관계도 없을 터. 옛 사람들은 이를 '부효자효(父孝子孝)'라 했다.

조선조 영남 사대부들은 제사보다 효행을 더 높게 여겼다. 돌아가신 부모를 위한 3년상, 이건 제 부모가 자식이 두 발로 설 수 있게 양육했던 절대적 갚음의 시간이다. 윗대와 아랫대가 문중과 혈족이란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해나갔다.

효자 이정간. 세종 때 강원도관찰사를 지냈던 그는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관직에서 물러난다. 여든이 다 된 그가 100세의 어머니 앞에서는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리는 등 '출천지효(出天之孝)'를 행한다. 세종이 이를 알고 그를 자헌대부 중추원사로 승진시킨 후 궤장(임금이 나라에 공이 많은 70세 이상의 늙은 대신에게 하사하던 궤와 지팡이)을 내린다. 이때 세종이 효행을 표창하면서 친히 글씨를 써서 내려준 '가전충효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仁敬)', 현재 남아 있는 세종대왕의 유일한 친필이자 전의이씨 집안의 가훈이다.

대가족·농경사회의 법도가 이제는 거의 허물어졌다. 자본이 주인이 됐고 세상은 너무나 야박하다. '조건부 천륜' 세상이다. 부모자식도 천륜 사이가 아니라 '거래지간(去來之間)'이다. 이젠 효자는 없고 그 자리에 간병사·복지사가 있다.

남자는 '돌덩이', 여자는 '금덩이'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소유, 빚진 아들만 내 아들이다. 딸 둘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란다. 아들 둘 둔 엄마는 이 집 저 집 떠밀려 다니다가 노상에서 죽고, 딸 둘 둔 엄마는 해외여행 중 외국에서 죽고, 딸 하나 둔 엄마는 딸의 집 싱크대에서 죽고, 아들 하나 둔 엄마는 요양원에서 죽는단다. 재산 안 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졸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고 한다. 이게 현실이다.

한 자녀 시대. 그러면서 청년백수 시대. 그 자식은 점차 가족도 사회도 모두 거부할 태세다. 자식도 필요 없고 그냥 독신으로 부모 재산 갖고 마냥 룰루랄라 놀다가 갈 눈치다. 부모의 효만 있고 자식의 효는 없다. 자식을 애달파 하는 부모만 존재할 뿐 숯검정이 돼 버린 부모의 가슴을 헤아리는 자식의 길은 '사망선고' 됐다. 그런 대한민국이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자식보험 피해자로 기록될 숱한 7080세대의 노후가 자못 걱정이다. 자식보험, 어찌하오리까?
이춘호 <주말섹션부장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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