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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토크] 넷플릭스 '소년심판' 판사 심은석 역 김혜수 "소년범 둘러싼 사회시스템과 어른 역할 논의하는 계기 되길"

2022-03-11

"미디어가 순기능할 수 있는 작품" 소년법정 참관하고 판사 만나가며 캐릭터 연구

감정 동요없는 냉철한 모습 구현 노력…6개월간 서 있을 힘 없을 만큼 연기 몰입

작품 전 소년범 문제에 가졌던 편협했던 시각 버리고 사회문제 이면까지 고려

소년법 개정 동의하지만 문제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제대로 갖춰져야

김혜수

"범죄자니까.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그래서 내가 소년범들을 혐오하는 거야." 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에 새로 부임한 판사 심은석은 "왜 똑같은 말을 해도 (소년들에게)상처를 주고, 날이 서 있냐"는 좌배석 판사 차태주(김무열 분)의 물음에 단호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다. 소년범일지라도 죄의 무게와 법의 엄중함을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신념을 위해서라면 기존의 관습까지 깨버리는 과감함도 지녔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범죄'는 자극적인 뉴스의 이면에 가려진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판사들은 합당한 처벌을 내렸는지, 소년은 반성하는지,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닌 소년부 판사들의 치열하고 끊임없는 고민이 담겨있다. 매 작품 독보적인 존재감과 아우라를 발산해온 김혜수가 심은석 판사를 연기했다.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이 작품이 나에게 와서 기뻤다"고 말한 김혜수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작품에 임했다"며 "소년범죄와 소년범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고민이 함께 담론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냉철함을 잃지 않는 절제된 카리스마부터 소년범을 향한 차가운 분노까지 심은석 판사의 고뇌를 깊이 있게 그려내며 또 한 번 최고 배우다운 진면목을 드러낸 그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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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소년범에 대한 다양한 생각거리와 고민거리를 던지고 질문을 남긴 작품이다. 심은석이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주목했나.

"심은석은 소년범을 향한 냉철한 시각과 냉정함을 잃지 않으며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의 신념은 혐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체를 좇되, 실체에 대한 태도와 책임이 분명하고 끊임없이 행동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건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와 상통한다. 심은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건을 야기시킨 소년범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사회, 국가,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는다. 심은석의 신념을 진심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매 신, 매 화에 따라서 표현의 수위나 밀도를 어떤 식으로 조정해야 될지가 관건이었다. 가해 소년, 가해자의 가족,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동료들 등 심은석이 대하는 사람마다 어떤 식으로 표현을 달리할지 고민했다. 신념이 다른 판사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어떤 식의 변별성을 주면서 조화를 이룰지가 중요했다."

▶심은석은 죄를 묻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이지만 한편으론 소년범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후반부 피해자로서의 감정을 표현할 때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처를 입은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판사이고 남편은 검사일지라도 현실에서 법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마주하면 심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이를 다루는 사람이기에 보통사람보다 더한 자괴감을 느낀다. 차태주 판사는 말한다. 법관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정말로 마음이 아파 몰입해서 연기했다."

▶마음을 두드리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묵직하고 날카로운 대사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사가 있다면.

"첫 회와 마지막 회에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라며 선포하듯 내뱉는 대사나 '처분은 소년들한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껴야 한다'는 대사다. 은석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다. 은석은 단순히 소년범을 혐오하는 게 아니다. 혐오는 하되 (소년범들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사로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범죄자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 이면에 우리 사회는 어떤 부분에 책임이 있고, 어른들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이끌었는지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였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미디어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은 솔직히 나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소중했고 그에 따른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했다. 다른 작품들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솔직히 이번 작품의 경우 현장에 서 있을 기운이 없을 때까지 준비를 하고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 그날 촬영했던 것을 다시 확인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촬영 6개월 내내 반복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나 의미가 시청자들에게 닿길 바랐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때는 차태주 판사와 대립할 때다. 서유리 사건을 두고 심은석과 차태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심은석은 설득이 돼도 그만의 스탠스가 유지돼야 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 또 심은석이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방식은 같이 울어주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공감해주는 방식인데, 함께하는 배우들이 너무 리얼하게 하니까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차태주 판사를 연기한 김무열 배우를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는데 어떤 점에서인가.

"배우들끼리는 그 배우가 왜 좋은지를 안다. 그건 함께 연기를 해봤을 때 알 수 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도 나와 합이 맞지 않을 때가 있고 생각과 다른 경우도 많다. 일단 무열씨는 작품 전체의 흐름을 굉장히 잘 읽는다. 우리 작품에는 각기 다른 유형의 판사들이 등장하고 대부분이 강성인 데 반해 차태주 판사는 굉장히 부드럽고 진지하면서도 조용한 성품을 지녔다. 역할 때문에 간혹 상대 배우들의 에너지에 눌리기도 하는데 무열씨는 그럴수록 내적으로 집중하고 차태주의 디테일을 만들어냈다. 대본을 봤을 때 생각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까지 포인트를 주며 표현해내는 것을 보면서 내공이 대단한 배우라는 걸 느꼈다. 조용함 속에서도 힘 있고 신중한 연기를 보여준 무열씨가 차 판사를 연기했기 때문에 강력한 개성을 가진 다른 판사들이 더 조화롭게 살아날 수 있었다."

▶소년범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대중에게 소개된 적 없는 배우들이라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놀라울 만큼 인상적인 배우들이었다. 어디서 이런 친구들을 발굴해 냈는지 감독님의 끈기와 노력, 열정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사건을 풀어가고 처분을 하는 판사들도 있지만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사실 사건을 이끌어가는 소년범들이라고 생각한다. 사건마다 달라지는 소년범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그들 모두 전형성에서 벗어난 연기를 보여줬고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잘해서 놀랍고 신선했다.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백성우 역의 이연 배우를 예로 들면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 친구인데 정말 살아있는 연기를 하더라. 그 외에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에피소드별로 생동감을 부여한 건 소년범을 연기한 뉴페이스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덕분에 나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무래도 첫 번째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너무나 강렬하고 잔혹한 소년범죄였고 뉴스 사회면에서나 접할 수 있는 충격적 사건이 재연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법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소년범죄는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과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줬고, 소년범죄가 단지 소년범과 법조인들의 문제가 아닌 그 이면에서 범죄 예방과 재발, 갱생 등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이 헌신하고 희생을 하는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소년심판' 속 소년범과 사건을 바라보면서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됐고, 또 어떤 질문들을 던졌을지 궁금하다.

"대한민국 판사 정원 3천300여 명 중 전국 소년부 판사는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매년 3만명 이상의 소년범들을 만난다. 이런 사실이 우리가 정말 엄중하게 생각하는 소년범죄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기에 합당한 인원과 구조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일선에 계신 판사들을 만나고 소년법정을 참관하면서 소년범죄와 소년범을 피상적이고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실에 맞게 소년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전에 이런 문제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개정 후 이를 뒷받침해주고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도 당연히 더 필요하다. 선제돼야 할 것들이 많아 보였다."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생각한 부분이 있나.

"적어도 나 스스로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있고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나의 관심이, 예를 들면 범죄나 소년범죄에 분노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접근이 지극히 감정적이었고, 소년범이나 그들의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굉장히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다. 다행히 소년범죄나 소년법, 촉법소년 이슈에 대해 이미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계시고 의견을 내고 있다고 들었다. 부부, 부모와 자녀, 친구나 지인들이 소년범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전환점이 마련되길 바란다. 그게 우리가 바라던 방향이기도 하다."

▶본인은 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고 그만큼 나를 드러내는 시간이 많았다. 때문에 극중에서 보인 이상적인 모습들과 동일시해 김혜수의 실제 모습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다. 내·외적으로도 태도나 행동이 일관되지 않을 때도 많다. 어떤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내 앞에 당면한 과제나 사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해 좀 더 집중을 하면서 최대한 나 스스로 성숙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도 그런 단계다."(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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