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약속 .4] '포스코 서울 지주사 설립 반대'
포항으로 주소지만 옮기는 '무늬만 이전' 으로 모면할 경우 갈등 어제든 불거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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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호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전중선(왼쪽부터) 포스코 사장이 지난달 25일 포항시청에서 포스코 지주사 포항 설치와 관련한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
◆포스코, 창립 54년만의 지주사 출범
포스코그룹은 창립 54년 만에 지난 2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고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끌어올림으로써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그룹의 향후 비전을 친(親)환경 미래 소재기업에 둔 것은 주목할만 하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경영전략, 포트폴리오 관리 등 그룹 경영을 담당하던 200여 명의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조직은 △경영전략팀 △친환경인프라팀 △ESG팀 △친환경미래소재팀 △미래기술연구원 등으로 짜여졌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신사업 연구개발(R&D)·핵심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국내외 우수한 스타급 연구인력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인공지능, 이차전지, 수소 등 미래 신기술 분야 기술 개발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으로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그룹 7대 핵심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철강 탄소중립 완성 △신(新) 모빌리티 견인 △그린에너지 선도 △미래 주거 실현 △글로벌 식량자원 확보 등 다섯 가지 지향점을 실현할 방침이다.
포스코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지주사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정했다가 포항지역사회의 강한 반발로 다시 포항 설치로 선회했다. 글로벌 지주사의 목표와 지역과의 상생이란 두 과제를 동시에 직면하게 됐다.
◆포스코-포항지역사회의 갈등
지주사 출범과 관련한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의 갈등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가 지난해 12월10일 공시한 기업 분할 계획서에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본점을 포항시가 아닌 서울특별시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둔다는 내용을 명시하면서다. 철강사 포스코는 기존 본사인 경북도 포항시에 남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분할 계획이 발표되자, 포항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포스코의 뿌리가 포항인 만큼 포스코홀딩스 본점 역시 포항에 둬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포스코홀딩스의 본점을 포항이 아닌 서울에 설립하게 될 경우 포항 지역 내 투자가 축소되고 인력 유출, 세수 감소 등이 발생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포항 시민들은 지난 1월28일 서울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현장을 찾아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엔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시의회 의원 등도 대거 참관했다.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의 본점 소재지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응수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당시 임시주총에서 "지주회사의 회사 주소지를 어디로 할 것이냐에 대해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에 있도록 유지하고 수익에 대한 세금을 포항에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주총 이후에 포항 지역 내 반대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치권까지 힘을 보탰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지주사 설립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포스코 전격 합의
포항지역사회와의 갈등이 지속되자 포스코는 포항 국회의원, 포항시장 등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던중 전중선 포스코 사장은 지난달 25일 오후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의 포항사무실을 찾아가 포항시민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격 전했다. 같은 날 오후 포항시청에서 포항시와 포스코가 지주사 본점을 포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양측 갈등은 일단락됐다. 갈등이 본격화한 지 한 달 만이었다.
포스코는 이제 이사회 및 주주 설득의 다음 절차를 밟아야 한다. 포스코는 여전히 기업의 논리로 움직이는 조직체이다. 자칫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마찰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범대위측은 합의안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포스코 지주회사의 주소뿐만 아니라 인력과 조직도 확실히 함께 와야 한다"며 "포항시와 미래기술연구원 부지 확보를 위한 조속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또 "최정우 회장은 시민들 앞에 직접 나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범대위에서는 합의 내용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지켜보며 모두 이행될 때까지 활동을 지속할 것이니 시민들도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범대위의 지적처럼 포스코가 포항으로 주소지만 옮기는 '무늬만 이전' 으로 모면할 경우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포항지역의 한 경제인은 "포스코는 이번 지주사 소재지 번복 결정으로 지역사회는 물론 주주들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경영계획을 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건 지역과 함께 하는 포스코의 숙명이라 여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포스코, 상생의 길로 가야
이번 지주사 본사 서울 설치 문제로 불거진 갈등은 포스코가 들끓는 지역 민심에 결국 외관상 백기(?)를 들어 일단락됐지만 포항과 포스코의 동반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포항지역 사회는 포항시민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포스코가 정치권의 외풍에 영향을 받아 지주사를 포항으로 이전한 것으로 여기는 시선 또한 없지 않다. 이 때문에 포항시와 포스코가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지역 상생과 투자사업을 위한 TF 팀을 구성키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양측이 앞으로 상생을 위해 수시로 만나다 보면 서로 발전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향토기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고향인 포항에서도 미래의 새로운 사업을 잘 펼쳐나갈 수 있도록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또 포스코 주주들에게도 지주사가 포항에 존속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긍정적이다는 논리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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