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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예술이 빛나야 대한민국 예술이 빛난다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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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이달 초 국회의원 10인의 발의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안됐다. 문화예술진흥법 제4조에 문화예술기록의 보존과 활용 부문을 신설해 '산재된 문화예술자료의 망실을 막고 체계적 수집·보존·활용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 법률 개정안 소식을 듣는 순간, 그간 대구시가 기울여온 노력이 이제야 국가 단위 정책 변화와 맞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2019년 7월 대구시 문화예술진흥조례 개정을 통해 '문화예술자료 수집·관리·활용을 위한 세부사항과 지역 사회 협조 체계 구축 방안' 등을 명기해 법률적 토대를 만들었다. 2020년 7월 광역시 최초로 문화예술아카이브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고, 전문 인력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문화예술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음악으로 가입한 대구시는 대한민국 예술의 중심도시라는 자부심으로 오페라 도시, 뮤지컬 도시, 근대미술의 도시, 사진의 수도 등 다양한 문화예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왔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그 근거가 되는 문화예술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번 국회의 법률 개정안 제안 이유에도 밝혀져 있듯 잘 관리된 문화예술 기록물은 연구자뿐 아니라 예술가의 예술 창작의 기반이자 국민의 향유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대구시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대한민국 역사의 격동기를 함께한 원로예술인들의 구술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들의 예술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소장 자료들을 기증받았다. 그리고 작고 예술인들의 유족으로부터 유실 위기에 처했던 예술자료들을 기증받았다.

그 외에도 현재 여러 예술 기관·단체에서 생산되고 있는 예술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대구시에서 활동하는 예술기관·단체의 생산 자료들을 보존하고 납본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장르별 예술 단체들, 그리고 시·구·군 문화기관의 자료들을 디지털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그간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해 전시장 형태의 '열린 수장고'를 개관했고 다양한 기획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광역 단위 문화예술기관뿐만 아니라 구·군 등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예술기관과 민간예술단체가 함께 하는 아카이브 추진 협의체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예술 장르별 아카이빙 대상을 추천받는 한편 아카이브 사업의 결과물도 공유하기 위해서다.

2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안정적으로 예술기록물의 수집과 공유·활용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과정에서 작고 예술인 유족, 원로예술인을 비롯한 여러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뜻을 같이해주신 덕분이다.

이번 국회의 법률 개정 이전에도 국가 단위의 예술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사업들은 추진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 지방 예술기록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지난 20년간 추진한 원로예술인 기록화 사업에 포함된 대구의 예술인은 단 두 명이었다. 여러 원로예술인이 공통적으로 '지방에서 활동해서 평가에 소외되었다'고 해온 이유가 바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근대기부터 대구는 대한민국 예술의 중심도시였다. 시인 이상화·이육사를 비롯해 화가 이인성과 이쾌대, 작곡가 박태준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대구에 있었기에 6·25 전쟁기 문총구국대를 비롯한 많은 피란 예술인들이 대구를 선택했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해서 이름을 알린 사람,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오늘의 대구예술을 일군 사람, 이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하다.

대구시는 이런 대구의 예술인과 예술사를 아카이빙하고 현창하고자 한다.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문화예술기록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법률로 명기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연대하고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국가 단위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당부드린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고, 지방 예술이 빛나야 대한민국 예술이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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