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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김봉규의 수류화계(水流花開) - 이팝나무 (2)…오월의 산하 수놓는 하얀송이…'쌀밥' 연상 이름·마을 수호신으로 대접받아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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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한림면 신천리의 이팝나무(2022년 4월28일). 196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당시 수령 600년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최고령 이팝나무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에 있는 이팝나무는 1982년 11월9일 천연기념물 제307호로 지정되었다. 지정될 당시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된 노거수이다. 40년 지났으니 540년이나 된 이팝나무인 셈이다. 이 나무도 지상 1m 높이에서 가지가 2개로 갈라져 성장했다. 그 두 줄기를 중심으로 이후 많은 가지가 넓고 높게 뻗어 자라면서 노거수다운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마침 현장에서 나흘 후인 5월2일 동제(洞祭) 준비를 위해 나무 주위를 청소하던 분을 만나게 되어 잠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곡리 이팝나무의 수령이 신천리 것보다 더 오래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 그는 태풍 등으로 큰 가지들이 부러지는 일을 겪으면서 지금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30년 전에는 지금보다 더 풍성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두 나무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제사를 지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당산목(堂山木) 역할을 해왔다. 요즘은 이팝나무가 만개하는 때에 날을 잡아 동제를 지내고 있다.

마을마다 풍년 점치는 나무로 보호
천연기념물 지정 노거수·군락 9곳
김해 신천·천곡리 가장 오래된 고목

경상도 며느리의 한이 서린 전설도
생명력 강해 새 가로수 대안 떠올라

대구 대표 달성 옥포면 교항리 군락
200~300년 40여그루 군데군데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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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 앞에서 동민들이 동제를 지내고 있다.(2022년 5월2일) 〈김해시청 제공〉

◆이팝나무는

이팝나무는 높이가 20m 이상 크고, 굵기도 몇 아름이나 될 정도로 자란다. 대체로 5월 초순에 파란 잎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꽃이 가지마다 소복소복 피어난다. 꽃잎은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모양이다. 20일 정도 피어 있는 꽃은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활짝 피었다가 마치 눈이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는 낙화 풍경도 장관이다. 꽃이 지고 나면 타원형의 자주색 열매가 맺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 주로 남쪽에 자라왔다. 이팝나무는 농민들이 오랫동안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삼았기에 보호가 잘 돼 노거수들이 많은 편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수백 년 되는 이팝나무 노거수와 군락이 9곳이나 된다. 이 중 경남 김해시에 있는 신천리 이팝나무와 천곡리 이팝나무가 가장 오래된 노거수다.

이팝나무는 우리나라와 함께 일본과 중국의 일부에서 자라고 있는 세계적 희귀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를 처음 본 서양인들은 눈이 내린 나무처럼 보여 '눈꽃(Snow flower)나무'라 불렀다. 한자 이름으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사람이 죽어 저승의 육도(극락, 인간, 지옥, 아귀, 축생 등)로 갈 때 뇌물로 관 속에 넣어주는 쌀(六道米)과 관련해 붙여졌다는 '육도목(六道木)', 잎을 차 대용으로 쓴다고 해서 붙여진 '차엽수(茶葉樹)' 등으로 불린다.

이팝나무는 아까시나무와 함께 5월의 산하를 하얗게 수놓는 대표적 나무이다. 새하얀 꽃들이 초록의 나뭇잎과 어우러진 모습은 보는 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이팝나무는 2000년대 이후 가로수는 물론 공공건물, 공원 등의 정원수로 심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났다. 대구를 포함해 서울, 대전, 광주 등 대부분 도시들이 이팝나무 가로수를 늘려왔다.

가로수도 시대에 따라 인기 수종이 바뀌어 왔다. 플라타너스에서 은행나무로, 다시 은행나무에서 벚나무로 변했다가 최근에는 이팝나무가 가장 선호되고 있다. 꽃이 쌀밥처럼 보이는 이팝나무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데다 흙이 얕은 곳에서도 번식할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꽃도 오래 피어 새로운 가로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덕분에 요즘은 어디를 가나 5월 초순이면 흰 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를 볼 수 있다. 이팝나무와 더불어 배롱나무도 가로수로 많이 심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붉은 꽃들이 흐드러진 배롱나무 가로수들이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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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대창면 용전리 이팝나무. 들판 뒤쪽 야산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눈에 잘 띈다. 밑둥치 굵기를 재어보니 2m30㎝ 정도 되었다. (2022년 5월12일)

◆이팝나무 명칭 유래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고깃국과 함께 하얀 쌀밥을 먹는 것이 최고의 바람이었다. 흰꽃으로 덮인 이팝나무는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쌀밥나무'를 뜻하는 '이팝나무'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밥'이 '이팝'으로 변음되어 '이팝나무'가 된 것이다. 북한에서는 쌀밥을 지금도 '이밥'이라고 한다. '이밥'은 '이(李)씨 밥'으로, 조선왕조 시대 벼슬을 해야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한다.

이팝나무가 쌀밥과 인연을 맺게 된 것과 관련, 어느 며느리의 한 서린 죽음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경상도 땅에 18세의 나이에 시집을 온 착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한 번은 큰 제사가 있어 제사에 쓸 쌀밥을 짓게 되었다. 평소 잡곡밥만 하던 며느리는 처음 쌀밥을 지으면서 혹시 잘못돼 꾸중 듣게 될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뜸이 잘 들었는지 알아보려고 밥알 몇 개를 떠먹어 보았다.

그것을 보게 된 시어머니는 제사에 쓸 밥을 며느리가 먼저 먹었다며 갖은 학대를 가했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어느 날 뒷산으로 올라가 목을 매 죽었다. 그 이듬해에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냈다. 쌀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 나무가 되었다며 동네 사람들은 그 나무를 이팝나무라 불렀다.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게 잘 피면 그해 벼농사가 잘 되는 조짐이고, 그로써 이밥을 먹게 된다고 하여 이팝나무라 불렸다는 설도 있다. 하얀 꽃이 나무를 덮고 있는 모습이 밥주발 위로 봉긋이 올라온 쌀밥그릇 모양이어서 이팝나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명칭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꽃피는 시기가 입하 무렵이어서 '입하나무'라 부르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대표적 이팝나무 노거수 및 군락

이팝나무는 느티나무처럼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당산목으로도 대접받았기 때문에 노거수가 적지 않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만도 9건이나 된다.

김해 신천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185호/ 1967.7, 수령 600년), 김해 천곡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307호/ 1982.11, 수령 500년),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36호/ 1962.12, 수령 400년),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183호/ 1967.2, 수령 250년),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군(천연기념물 제214호/ 7그루, 1968.11, 수령 280년),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234호/ 1971.9, 수령 300년), 광양 인동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235호/ 1971.9, 수령 450년), 포항 옥성리 흥해향교 이팝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561호/ 26그루, 2020.12, 수령 100~150년) 등이다.

가장 최근에 지정된 '포항 흥해향교 이팝나무 군락'은 포항시 흥해읍 옥성리 흥해향교와 임허사 주변에 있는 이팝나무 군락이다. 향교 건립을 기념해 심은 이팝나무의 씨가 번식해 조성된 군락이라고 전해진다.

대구의 대표적 이팝나무 고목 군락은 교항리 이팝나무 군락이다.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에 있는 이 군락은 1991년 7월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교항리 주변 들판 한가운데 있는 3천여 평의 나지막한 구릉을 크고 작은 이팝나무들이 덮고 있다. 팽나무, 굴참나무 등이 일부 자라고 있지만, 이팝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군락지에는 수령 200~300년의 이팝나무 40여 그루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에는 1990년대 중반에 심은 작은 이팝나무 수백 그루가 자라고 있다. 교항리 주민들은 이곳 이팝나무 고목들을 오래전부터 마을 수호림으로 여기면서 관리해 왔다. 마을 사람들은 땔감이 없을 때도 이팝나무만은 베지 않았다고 한다.

영천 대창면 용전리에도 이팝나무 노거수가 한 그루 있다. 많이 알려진 이팝나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한번 찾아가 보았다. 앞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는 야산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꽃이 만개한 상태여서 멀리 5리 정도 떨어진 큰 도로에서도 눈에 금방 들어왔다. 이 나무는 신천리나 천곡리 이팝나무와 달리 밑둥치에서 가지가 나눠진 것이 아니고 한 줄기로 자라 수형이 상하 타원형의 모습이었다. 밑둥치 굵기는 2m 30㎝. 세월이 흐를수록 명물 이팝나무가 될 것 같았다.

중국 산둥성 토천촌(土泉村)에는 수령이 2천700여 년이나 되었다는 이팝나무가 있다. 현지인들이 신수(神樹)로 대접하는 나무로, 기원전 685년 제나라 임금 환공(桓公)이 임금으로 즉위하면서 심었다고 한다. 노동절이면 전국에서 이 이팝나무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사진으로 봐서는 2천700년이 된 고목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장쑤성에는 980년이 된 이팝나무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한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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