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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새벽빛 머금은 경주 다랑논

2022-05-26
[포토스토리] 새벽빛 머금은 경주 다랑논
지난 18일 오전 경북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다랑논 논둑으로 농부가 걸어가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오월, 그보다 이르게 익어가는 논이 있다. 다랑논이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득 대어놓은 다랑논은 새벽녘 동 터오는 하늘을 그대로 담아 노랗게 빛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을의 논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 새벽하늘을 담은 논은 어두운 주변으로 홀로 빛나기에 더욱더 신비롭다.

그런 새벽의 다랑논을 맞이하기 위해 어둠을 뚫고 경주 화랑의 언덕을 찾았다. 화랑의 언덕 한 편의 '명상바위'에 오르면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을 감싸고 은은한 빛을 내뿜는 다랑논을 만날 수 있다. 아직은 푸르스름한 새벽녘이기에 카메라를 놓고 잠시 명상바위에 앉아 동이 터오길 기다린다. 조금씩 변하는 다랑논의 색깔을 보면 하늘을 보지 않고도 해가 뜨는 것을 알 수 있다.

[포토스토리] 새벽빛 머금은 경주 다랑논
지난 18일 오전 경북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다랑논에 새벽빛이 비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생각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랑논은 새벽하늘을 은은하게 비추며 노랗게 빛났다. 어느 순간에 달아오를지 몰라 카메라 셔터를 간간이 누르며 황금빛 논을 기다렸지만, 여명이 끝날 때까지 다랑논은 황금빛으로 빛나진 않았다. 새벽빛을 받은 다랑논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천천히 다랑논을 바라봤다. 먼저 깬 다랑논을 따라 마을이 깨어나고, 농부들이 트럭을 타고 집을 나선다.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농부들은 느릿하게 논둑을 거닌다.

빛을 가득 머금은 다랑논을 나누는 논둑과 그 위를 거니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단순명료한 삶이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점점 고도화되는 기술과 글로벌 경제 속에, 우리 땅에서 사람의 손으로 일궈내는 먹거리의 고귀함과 동이 트는 시간 대지를 깨우는 농부의 발걸음은 우리네 삶이자 변치 않을 우리의 풍경일 것이다.
글·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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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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