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요금체계가 수상하다…'일반도로'구조에 통행료는 '고속도로'

대구외곽순환도로 율암 IC 부근에 차량들이 진입하고 있다. 대구외곽순환도로는 국내 유일 제한속도 80㎞ 고속도로임에도 일반 고속도로와 동일한 통행 요금을 받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통상적이지 않은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한도로 신설구간)의 통행료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반도로(주간선도로)의 설계 속도인 제한속도 시속 80㎞ 규격으로 도로가 건설됐음에도 통행료는 고속도로 요금을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서상언 부연구위원과 김수성 연구위원은 최근 "대구4차순환도로 개통 효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의 대경 CEO 브리핑을 통해 "지난 3월31일 개통한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고속국도 제 700호선)의 제한속도는 시속 80㎞로, 왕복 2차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왕복 4차로 통행요금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통행요금 50% 할인 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고속도로는 모두 설계 속도 100㎞ 이상으로 구축됐지만,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만 유독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상언 부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왕복 4차로 고속도로는 제한속도 100㎞, 2차로 도로는 80㎞로 구축되는데,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의 경우 규격은 4차로, 속도는 2차로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고속도로 설계속도와 제한속도 역시 80㎞로, 차이가 없어 안전상의 문제도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도로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제한속도 시속 120~100㎞ 속도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전용 등 주간선도로는 제한속도 80~60㎞ 기준을 충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건만을 놓고 봤을 때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는 고속도로가 아닌 자동차전용도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산정에도 불만이 제기된다. 대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의 전체 요금은 1종 승용차 기준 2천358원(32.91㎞×44.3원/㎞ +기본요금<900원·폐쇄식>)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운전자에게 부여되는 현금 통행요금은 3천 원이다. 하이패스 연계요금(2천200원)을 적용받아야만 일반 고속도로와 비슷한 가격대로 이용 가능하다.

아울러 왕복 4차로인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에 왕복 2차로 고속도로에 적합한 제한속도 80㎞가 적용된 만큼, 추가적인 통행요금 할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구와 광주를 이어주던 88올림픽고속도로(현 광주대구고속도로) 역시 왕복 2차로·제한속도 80㎞ 고속도로로 건설돼 50% 요금 할인이 적용됐다, 2015년 전(全) 구간이 4차로으로 확장되면서 제한속도가 100㎞로 늘어남에 따라 일반 고속도로 통행요금으로 전환된 바 있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도시공학과)는 "서비스 이용자의 측면에선 제한속도 등의 문제로 충분히 고속도로 통행요금에 불만을 제기할 만하다"며 "과거의 비슷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를 참조해 문제를 원활히 해결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통행요금의 기준은 '속도'가 아닌 '차로'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도로 간 연속성과 도심 간 교통 특성을 고려해 설계 속도를 80㎞로 지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제한속도 100㎞ 적용 시 국우터널 우회도로(서변IC∼동명·동호IC) 신설 등 사업비 증가로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했다"면서 "국토교통부의 도로 구조·시설 규칙에서도 지형 및 경제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시속 20㎞ 범위 내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고속도로 설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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