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국민의힘 경산시장후보가 2일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현일 당선인 선거사무소 제공) |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같았던 경산시장선거가 조현일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 조현일 당선인은 6·1지방선거에서 53.87%(2일 4시 현재)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상대인 무소속 오세혁 후보는 46.12%를 기록했다.
조 당선인은 "선거기간 저와 선의의 경쟁을 하셨던 후보님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여러분들의 염원인 경산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오해와 불협화음은 모두 떨쳐버리고 화합과 협치로 경산 발전을 위해 힘쓰겠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당선인의 소감에 등장하는 '화합과 협치'는 정치판에서 흔히 언급되는 단어의 수준을 넘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문제가 아니라, 선거가 끝난 후가 더 문제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두 후보의 갈등은 봉합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당선인의 당선소감이 선거기간 중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울 단초가 될 지 주목된다.
경산시장선거를 다시 되돌아보자.
최영조 시장이 3선 연임제한으로 물러남에 따라 경산시장선거에는 예비후보가 14명 몰리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은 '단수추천'때문에 이내 감정대결로 격화됐다.
경산 지역구인 윤두현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경산시장 후보 공천을 앞두고 경선이 아닌 단수추천 의견을 내놨다. 단수추천은 경북도당 공관위에서 투표를 통해 5대4로 통과했고, 이후 중앙당 공관위와 최고위의 의결로 조현일 후보 단수추천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한 예비후보들은 경북도당과 중앙당을 방문해 항의하고 재심을 요구했지만 결과를 되돌리진 못했다.
이후 단수추천에 탈락한 예비후보중 10명은 시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시민 참여 현장 경선을 통해 오세혁 무소속 단일 후보를 선출해 조현일 후보와 1대 1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오 후보 중심으로 진영을 구축한 시민협의체는 단수추천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윤 의원과 조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러던 중 윤 의원은 지난 28일 "공천불복자들의 위법과 해당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법과 당헌당규에 따라 책임져야 할 것이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시민협의체는 공개 토론을 제의하면서 맞받아쳤다.
양측의 대결은 여기서 멈추질 않았다.
조 당선인은 유세 중 단수추천의 정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도 네거티브·흑색선전에 대한 비난도 해왔다. 그러다 선거일을 이틀 앞둔 지난 30일 "모두 털고 안고 가겠지만 그들(오세혁 후보측)과는 타협할 수 없다"며 극심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날 조 당선인의 발언으로 양측의 화해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조 당선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불협화음은 모두 떨쳐버리자"고 했다. 갈등 해결의 시작은 승자의 몫이다. 갈라진 민심 봉합 능력을 통해 조 당선인의 시정 운영 능력도 미리 평가할 수 있다.
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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