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취업 당연한 청년들
대표 기업 말할 수 없는 대구
대구경북 5천826명 순유출
성장 가능성 높은 산업 많아
압도적 득표 이유 되새기길
![]() |
임 호 서울 정치부장 |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도전한 후보들을 인터뷰했다. 공통적인 공약은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청년 유출'을 막겠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이 같은 공약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진심으로 체감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필자의 딸이 수도권의 한 기업에 취업했다. 필자는 가능하면 대구 또는 대구 인근에서 직장을 구할 것을 제안했지만 "대구에는 괜찮은 직장이 없다"는 이야기에 말문이 막혔다. 내년 대학원에 진학할 아들도 취업을 한다면 수도권으로 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같았다. 좋은 일자리도 미래 비전도 없으니,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필자는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필자의 자녀뿐만 아니다. 직장 동료는 물론 지인들의 자녀들도 상당수가 대구를 떠나 수도권에 취업했다. 그럴 때마다 "고액의 연봉을 받게 되었으니,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필자가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 취재를 할 때면 취재원들에게 꼭 듣는 질문이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이 있냐"는 것이다. 평균 연봉으로 따지면 대구은행과 같은 금융권이지만 차마 말하기가 부끄럽다. 금융권의 연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질문 속에는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일반기업을 묻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구 도심을 가면 어디를 가든 조용하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 금융권에 종사하는 20~30대 젊은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강남으로 가면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경기도 성남으로 가면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북적인다. 분명 이들 중 상당수는 대구와 같은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일 것이다.
청년들의 지방 기피 경향은 통계청 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 유출된 청년 인구는 약 9만1천명으로 2010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다. 비수도권 인구 중 청년 비중 역시 2010년 19.7%에서 2015년 18.8%, 2020년 17.6%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시야를 대구경북으로 좁혀보자. 통계청의 '2022년 1분기 대구경북지역 경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경북의 청년 인구(20~30대) 순 유출은 5천826명(대구 1천294명, 경북 4천532명이)이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 진학 또는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수도권으로 구직을 하는 청년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대구경북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의료산업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조성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가 있고, 윤석열 정부의 지역공약인 로봇 테스트 필드 구축 사업도 예정되어 있다. 경북은 포항에 자리한 포스코와 포스텍 중심의 연료전지 등 미래산업이, 구미의 로봇 및 전자 산업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위정자(爲政者)들은 임기 4년 안에 지역을 살릴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욱이 80%대에 육박하는 압도적 득표율은 단순히 그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다시 한번 더 되새기길 바란다.임 호 서울 정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