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과 대구 회동…당권 경쟁 조기과열 조짐에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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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왼쪽)이 13일 오후 동대구벤처밸리 대구테크노파크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3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만나 조기 과열 조짐을 보이는 당권 경쟁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홍 당선인은 '대통령을 깔보는 행위'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고 안 의원은 이준석 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대구테크노파크(동구 신천동) 내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찾은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을 재고해 달라는 이준석 대표의 요청과 관련해 "모든 일은 국민께서 보시는 관점대로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들 입장에선 누가 무슨 직을 맞는지 중요하겠나. 당장 민생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누군지가 중요할 것이다. 국민의 요구에 맞춰서(정치를) 제대로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당과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 당선인은 당권 경쟁 조기 과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당이 전부 하나가 돼서 힘을 합쳐서 정권 초기의 기반을 쌓아가야 되는데, 느닷없이 당이 복잡해지는 건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정권 초기인데, 더구나 대통령께선 아직 정치에 물들지도 않으신 분이다.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부 힘을 합쳐 도와 드려도 헤쳐 나가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야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도 패배했으니 내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선거에 이기고도 저런 행동을 하는 건 대통령을 깔보는 것"이라며 "어지간하면 중앙 정치에 한마디도 안 하고 대구시장직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는데, 요즘 하는 행동들을 보면 당이 어려워지겠다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당선인은 또 안 의원을 향해 "우리 안 의원님이라도 그런 데 끼어들지 마시죠"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어 20여 분간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이후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서로 당선에 대한 축하와 덕담을 나눴다"고 짧게 말했다. 홍 당선인과의 회동 등 대구 방문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대구에 여러 일정이 있는데, 그럴 때 인사를 드리는 게 당연한 도리다. 또 (홍 당선인은) 제가 고민될 때 여러 가지로 조언도 많이 해주시던 분"이라며 "제가 대구에 온 건 2년 전 코로나19 의료봉사를 한 것 때문에 권영진 시장께서 감사패를 준다고 하셔서 온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의원은 또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재고 요청과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은 듣지 못했고, 두 달 전에 합당은 끝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요청을 당내 주도권 경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합당에서 주도권 경쟁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나. 합당이라는 것은 당대 당의 공적인 관계에 있어서 서로 어떤 필요한 조건들 하에서 그대로 사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홍 당선인과의 만남에 앞서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50차 코로나19 극복 범시민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대구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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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가운데)이 13일 엑스코에서 열린 제50차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부인 김미경 서울대의대 교수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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