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집트와 A매치 평가전 4-1 승리
'군인정신' 조규성 권창훈 고승범 활약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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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집트의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39분 조규성(김천상무)이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로 한국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은 조규성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축하해 주고 있다. 연합뉴스 |
벤투호의 선발 명단엔 손흥민(토트넘)은 최전방 공격수였다. 황의조(보르도)와 투톱을 이뤘다. 하지만 손흥민은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중원의 지휘자를 자청했다.
전반 16분 하프 라인 왼쪽에 있던 손흥민이 김진수(전북현대)를 보고 이집트 페널티 아크 왼쪽 깊숙한 곳까지 중거리 크로스를 올렸다. 그야말로 택배 크로스였다. 발 앞에 정확히 떨어지자 김진수는 지체 없이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황의조가 헤딩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골로 벤투호의 답답한 흐름은 순식간에 끊어졌고, 태극전사들의 움직임은 한결 달라졌다.
전반 20분엔 또 손흥민이 후방에서 황의조에게 전광석화 같은 침투 패스를 찔러줬다. 황의조가 쇄도하자 깜짝 놀란 이집트 수비수는 공을 골라인 바깥으로 보내고 말았다. 이렇게 얻은 코너킥에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오른발로 감아 찬 코너킥을 황의조가 머리로 방향을 돌렸고, 이를 김영권(울산현대)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결국 한국이 전반에 기록한 두 골 모두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잡았던 손흥민은 어느 순간 후방으로 내려와 미드필드에 머물며 공격의 핵 역할을 수행했다. 토트넘에서 마치 단짝 해리 케인의 역할을 손흥민이 하고 황의조가 골 찬스를 얻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38분 추격하는 점수를 내줬다. 문전에서 수비수들이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실점한 것이다. 특히 심판의 핸들링 반칙 휘슬이 울리지 않았음에도 한국 수비진은 심판에게 어필하며 멍하니 서 있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후반 39분 조규성(김천상무)의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 골과 추가 시간 권창훈(김천상무)의 헤더 득점까지 더해 4-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이집트전에서 골을 넣은 권창훈, 조규성에 이어 상대의 공격을 수시로 끊어낸 고승범까지 K리그1 김천상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점수만 놓고 보면 한국의 완승이지만, 경기 내용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앞선 A매치 3경기에서 노출한 수비 뒷공간 불안과 세트피스 상황 때 상대 선수를 놓치는 모습을 다시 노출했다. 잦은 백패스로 상대의 압박 축구를 허용하다 위기 상황으로까지 몰리는 모습은 고쳐야 할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집트 2진과의 맞대결에서 졸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친 것도 아니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평가전이었다.
이번 A매치 4연전에서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확인한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어떤 대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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