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경영보고서 대구 거주 부자 2만800명 추산
경기·경남 이어 증가 폭 커…富집중도 지수도 높아
지역별 부자 수 현황(단위: 천명).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제공>
대구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가 1년 새 1천500명 늘면서 사상 처음 2만명을 돌파했다.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에 거주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는 2만8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1만9천300명)보다 1천500명 증가한 규모다. 5천300명 증가한 경기(10만7천명), 1천700명 증가한 경남(1만3천400명)에 이어 셋째로 많이 늘었다. 전국적으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는 47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92%로, 전년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에 부자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 종합소득세 지역통계(2023년)를 보면, 수성구의 종소세 신고자는 8만6천900명이며, 1인당 총수입액은 2억4천479만원으로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1인당 결정세액도 1천161만원으로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았다. 수성구가 자산 규모가 큰 부자들의 거주지라면, 달서구는 고소득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달서구의 종합소득세 신고 인원은 10만명으로 대구에서 가장 많았고 1인당 총수입액은 1억7천720만원, 결정세액은 380만원 수준이었다. 이어 북·동구가 각각 8만1천여명, 6만2천여명이 종합소득을 신고해 뒤를 이었다.
대구의 '부(富)집중도 지수'는 경기와 같은 0.86으로 서울(1.23), 세종(1.19), 부산(0.93) 다음으로 높았다. 지수가 '1' 이상이면 부자수 대비 금융자산이 많아 부가 상대적으로 더 집중돼 있고 고자산가(금융자산 100억~300억원)·초고자산가(300억원 이상)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부자들의 자산 축적 속도는 일반가계를 앞질렀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3천66조원으로, 전년(2천826조원) 대비 8.5%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4.4%)의 2배 수준이다.
한국 부자 자산 구성비 추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제공>
부자들의 자산 구성에선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7~8월 부자 400명 면접 조사에서 확인한 한국 부자의 자산 실태에 따르면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각각 평균 54.8%, 37.1%의 비중을 차지했다. 부동산 자산은 2021년 59%를 기록하는 등 팬데믹 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비중이 증가했다가 2022년 이후 하락세다. 금융자산은 총 자산의 40%대를 차지한 2015~2018년을 제외하면 30%대 후반을 유지했다. 연구소는 금 등 실물자산이나 디지털자산과 같은 대체투자처가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부자의 자산 구성에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부자의 향후 투자처로는 '주식'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단기 고수익 유망 투자처 1위는 '주식'(55.0%)으로, 전년도(35.5%) 대비 19.5%포인트 상승했다. AI(인공지능) 주도의 기술 성장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어서 '금·보석'(38.8%), '거주용 주택'(35.5%) 순이었다. 향후 3~5년 이내 중장기 유망 투자처도 주식(49.8%)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전년도 1위인 '거주용 주택'(34.8%)이었고, 지난해 4위였던 '금·보석'(33.8%)은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3위에 올라섰다.
최미애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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