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 국내선 탑승구에서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들이 붐비는 모습. 영남일보 DB. |
대구·경북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무더운 날씨로 여름 휴가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올해도 해외여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46명의 97.3%가 올해 여름 휴가를 떠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76.2%)보다 21.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휴가 기간도 지난해 평균 3.5일에서 올해 4.6일로 늘어났다.
해외여행 수요도 높아졌다. 올해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응답자는 6.2%로, 지난 해 여름 해외여행 방문자 비율(0.2%)에 비해 높아졌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넘어가면서 시민들의 해외여행 수요도 높아졌지만, 올해도 다양한 이유로 해외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다.
우선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국 출발 국제 유류할증료는 이번 달 발권 기준 지난 달에 비해 평균 10% 높아졌으며, 다음 달 유류할증료도 이번 달에 비해 평균 12~14% 높아졌다.
직장인 김모(35·대구 동구)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동남아 왕복 항공권도 저렴하게는 2~30만 원 선에서 가능했는데 이젠 그 돈으로 힘들다"며 "여행의 묘미는 일상과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인데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려니 모처럼의 휴가가 너무 아깝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해외에서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는 '원숭이두창' 감염병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천연두의 일종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처럼 단순 접촉으론 감염되지 않고 감염환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보단 상대적으로 전파력이 약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현재 전 세계 확진자가 2천 명을 넘어서는 등 연구 사례도 많지 않아 경계심을 내려놓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직장인 이모(28·대구 북구)씨는 "코로나19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보단 그나마 덜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방심했다가 마스크를 끼는 일상이 더 오래갈까봐 걱정된다"며 "일단은 조심하고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해외여행을 내년쯤으로 미루고 올해는 부산에 갈 생각이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또 제주도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제주도만 3번 방문했다는 권모(46·대구 수성구)씨는 "제주도는 갈 때마다 새로운 볼거리·먹거리가 있고 비행기 타는 기분을 낼 수 있어 좋았다. 근데 아들이 이번에도 또 제주도에 갈 거냐면서 지겨운 티를 내더라"며 "그래서 새로운 국내 여행지가 없는지 고민 중이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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