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최고온도 18년치 평균 대구보다 1.3℃높아
푄현상,아파트 숲, 비닐 가림막 등 원인 분석 다양
무더위로 유명하지만 정주여건 좋아 인구는 증가
하양읍행정복지센터 인근 언덕에 설치된 방재용 자동 기상관측장비. |
하양의 뜨거운 여름은 '대프리카'로 알려진 인근 대구보다 더 열기를 내뿜고 있다. '하프리카(하양+아프리카)'로 불릴 지경이다.
하양읍행정복지센터는 여름마다 폭염과의 전쟁을 펼친다.
무더위 쉼터를 11곳에 운영하고 있고, 통행이 많은 곳엔 그늘막도 6개 설치했다. 홀로 사는 어르신과 거동불편자 등 취약계층의 집을 방문해 건강도 체크한다. 경로당에는 냉장고와 에어컨을 지원하고 어르신들에게는 손부채까지 나눠주고 있다.
이영석 하양읍장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식재사업도 매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양은 더운 곳으로 소문나 있지만 정주여건이 좋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올 5월 현재 2만8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형 읍단위다"고 말했다.
하프리카의 원인이 미스터리다.
대구지방기상청의 지난 18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여름철 최고 온도는 하양이 대구보다 1.3℃가 높았다. 1년중 가장 더운 7월과 8월(2004~2021년)의 월별 최고 온도 평균치는 대구가 36.3℃를 기록한 반면, 하양은 37.6℃로 더 높게 나왔다.
하양에서 줄 곧 살아온 한 50대 남성은 "개인적인 체감이긴하지만,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내던 어린시절에도 이 곳이 엄청나게 덥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일반적인 더위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자꾸 하양이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고 하니깐 더운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뉴스에서 하양이 언급될땐 길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안보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무더위 이유를 두고 하양주민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돈다.
온도 측정 장소가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하양지역은 방재용 자동 기상관측장비(AWS)를 이용해 기온을 잰다. 방재가 주목적인 AWS는 기온과 풍향, 풍속을 측정할 수 있지만 강수량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따라서 기상 자동 관측장비(ASOS)보다는 입지 요건이 덜 까롭다. 그래서 '비공식 온도'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ASOS는 기상관측 표준화법에 따라 주변 장애물 높이로부터 3배 이상 떨어지고 75㎡ 면적의 잔디가 깔린 곳 등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관측 대표 지점에 설치된다. 기상청이 통상적으로 발표하는 최고 기온은 ASOS 기준이고 AWS의 기록은 참고용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양의 AWS는 당초 옛 읍사무소 건물 옥상에 설치됐다. 이곳은 하양의 중심지다.
한 주민은 "바로 옆에 도로가 있고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온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옥상도 시멘트 바닥이라서 열이 고인다. 이런 곳에서 측정한 온도가 어떻게 제대로 된 수치라고 볼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경산시 하양읍 방재용 자동 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됐던 옛 읍사무소 부지.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경됐다. |
또 다른 분석들은 인접지역의 환경변화에 눈길을 돌렸다.
대구 동구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바람길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통상 아파트를 지을 때는 바람길까지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거다. 그러나 동구의 아파트촌과 하양의 AWS가 설치된 곳은 상당한 거리가 있어 수긍하기에는 힘든 분석이다.
영천 금호읍의 포도농사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포도농사에 사용되는 비가림 비닐이 열을 반사시켜 바람을 타고 하양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 또한 정확한 근거가 없어 단정짓기에는 무리다.
대구지방기상청은 '푄 현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측과 관계자는 "바람이 하양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산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하게 바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최근 십수년간에 기온이 높아졌다면 자연환경이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대구지방기상청관계자는 "하양의 높은 온도는 측정 오류 가능성도 배제못해 다른 장비를 들고 몇차례 현장에 직접가서 측정해봤지만 오차는 없었다"고 밝혔다.
글·사진=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윤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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