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기업 유치 성패의 역사
대구시와 대구시민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대기업 유치를 끝없이 갈구해 왔다. 최근 몇년 사이 역량있는 대기업이 뿌리를 내리긴 했지만 그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좌절의 시간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대구의 기업 유치사(史)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상공회의소의 최초 건의(1992년 3월 )로 1996년 삼성상용차 본사가 대구에 설립됐지만 4년 뒤인 2000년 말 파산했다. 앞서 3~4년 전에는 쌍용자동차가 벤츠와의 합작을 내걸며 구지공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좌초했다. 지역사회의 충격은 컸다. 대기업 자동차 공장 두 곳 가동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났다.
삼성과 대구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듯하다가 2011년 6월 삼성LED(이후 삼성전자와 합병)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합작기업인 SSLM이 대구 성서5차단지(세천공단)에 둥지를 틀면서 다시 이어졌다. 삼성의 귀환이었다. 기공식엔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도 참가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잔치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삼성이 2년 뒤인 2013년 말 지분을 대뜸 정리하면서 SSLM은 스미토모화학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업체는 LED웨이퍼(기판)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 변신한 상태다.
2015년 말엔 대구국가산업단지 내(물산업 클러스터 부지)에 롯데케미칼 멤브레인(분리막) 공장을 유치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다. 롯데케미칼이 제일모직 수처리 멤브레인 사업부를 인수하자 대구시가 발빠르게 나선 것. 힘들게 조성한 물산업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선 당시 앵커기업이 절실했다.
2016년 8월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분사된 로봇기업 '현대로보틱스(울산)'가 대구테크노폴리스(달성군 현풍·유가읍)에 터를 잡았다. 커민스(미국)와 현대중공업 합자기업인 '현대 커민스 엔진'이 공장 가동 1년 만에 갑작스레 철수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겨우 메우게 된 것이다. 나름 파급효과는 컸다. 국내 1위 로봇기업을 품으면서 대구가 로봇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되서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2차전지 기업 '엘앤애프'(대구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와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범 GS가(家)기업인 엘앤에프는 2002년 대구로 본사를 이전할 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대구에서 사세를 확장하며 급성장했다. 대구국가산단에 3공장이 준공(2019년 8월)됐고, 2020년 11월엔 국가산단 내 4공장 건립 투자협약도 체결했다. 현재 엘앤에프는 글로벌 2차전지 기업이자 대구 대표기업으로 위상이 업그레이드됐다.
<대구의 대기업 유치 역사>
1995년 3월 삼성상용차 공장 기공식 (현 달서구 호산동)
1996년 8월 삼성상용차 설립
1995년 11월 쌍용자동차 구지공장(승용차) 기공식
1996년 11월 쌍용차 구지공장 건립 중단
1998년 12월 쌍용차 부도
2000년 12월 삼성상용차 파산
2002년 1월 범 GS그룹 가(家) 기업 '엘앤에프'와 첫 인연 (구미→대구 본사 이전)
2011년 6월 SSLM(삼성 LED+일본 스미토모화학 합자사 ), 성서 5차단지(세천공단)에 법인 설립
2012년 9월 현대커민스엔진 (미국 커민스+현대중공업그룹 합자사), 대구테크노폴리스 유치.
2013년 12월 삼성전자, SSLM서 지분 정리 / SSLM 스미토모화학 자회사 편입.
2015년 2월 롯데케미칼, 멤브레인 공장 유치(대구국가산단 내 물산업 클러스터)
2015년 10월 현대커민스 엔진, 대구서 철수
2016년 2월, 엘엔에프, 자회사 엘앤에프신소재 합병- 2차전지 관련 글로벌 기업 도약
2016년 8월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대구테크노폴리스 유치.
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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