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구 동구의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걸어가고 있다. 조현희 수습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실외 마스크 착용이 완화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폭염 속에도 대구시민들 대다수가 실외 마스크를 벗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시민 5~6명이 모두 마스크를 낀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양산을 쓰고 있었지만, 얼굴 절반을 덮은 마스크는 벗지 않은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각 동구 효목동 동촌유원지에서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마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지난달 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 또는 공연·경기를 제외하곤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시민들은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모습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경북 6개 지역에 '폭염주의보'보다 높은 '폭염경보'가 발효됐으며, 오후 3시 기준 최고기온은 34.8℃나 됐다.
거리에서 만난 대다수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세와 원숭이 두창 등 감염병이 우려돼 마스크를 낀다고 했다.
대구 동구 효목시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8)씨는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몇천 명씩 나올뿐더러 최근 유행하는 원숭이 두창도 우려돼 아직은 마스크를 벗는 것이 우려 스럽다"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마스크를 쓰고 다닐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모(여·63)씨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4차까지 완료했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경험도 있지만 혹시 모를 재감염에 대비해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집안에 어린 아이가 있는 만큼 더 조심스럽다"고 했다.
감염병 상황과 관계 없이 마스크 착용으로 일종의 '자유'를 느낀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정모(여·26)씨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느꼈다"며 "얼굴의 일부를 가림으로써 실외에서 무의식중에 받게 되는 외모 평가가 줄어들어 마스크를 여전히 착용하고 다닌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2)씨도 "마스크 착용으로 외출 준비 시간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체감했다. 남성의 경우 면도 주기가, 여성의 경우 화장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외모에 대한 투자가 코로나19 전보다 감소했을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에 대한 긍정의 의견을 표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조현희 수습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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