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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일상을 사랑하는 시

2022-07-04

[문화산책] 일상을 사랑하는 시
고명재<시인>

시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걸까. 열심히 쓰는 일일까. 여러 편의 시를 달달 외우는 일일까. 분명하게 정의할 순 없겠지만 간혹 선배 시인들의 시를 읽어나가다 보면, 이 사람은 진심으로 시를 사랑했구나 하는 확신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그런 시인들은 "그저 시 하나가 완성되었으니 다음번에는 어떤 시를 쓸까 그 생각에만 빠져 지냈지요"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라고. 이 말은 사실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카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직후에 했던 말이다. 그저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일. 시를 안고 생활을 사랑하는 일. 사랑은 거창하고 특별한 곳이 아니라 커피잔 속에, 이불에, 베개에, 칫솔모 사이에, 그날 봤던 팬지꽃 줄기에 깃들어 있다.

쉼보르스카의 시집을 읽고 있으면 그런 아름다움 때문에 탄복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간혹 이런 시집을 만날 때가 있다. 거창한 말을 걷어버리고 소중한 걸 증명하는 데에 골몰하는 시. 죽기 전날 할머니가 끓여둔 미역국처럼, 그 자체로 식지 않는 사랑의 언어. 시인은 그렇게 담담하게, 그러나 강하게 말한다. 이를테면 다음의 시처럼.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략)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두 번은 없다'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내 나름대로 배우게 된 것이 있다. 이를테면 눈 오는 날 손잡고 걷기, 늦여름에 마주 앉아 수박 파먹기, 초봄에 손톱을 깎고 두릅을 무치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기. 그러니까 여러 번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내가 진심으로 알게 된 사실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궁극이란 것. 모든 것은 일회적이고 그래서 빛난다는 것. 그래서 시인은 "두 번은 없다"라고 말한다. 매 순간이 말 그대로 기적적이다.

그래, 우리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지. 그러나 우린 매번 강물을 사랑할 수 있지. 그렇게 일상을 빼곡히 사랑하고자 했던, 이 늙은 시인은 마지막 시집의 제목을 미리 정해두고 세상을 떴는데, 그 시집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Wystarczy', 폴란드어로 충분하다.고명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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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재 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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