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지난 2020년 10월 이건희 선대 회장님께서 별세하셨을 때 제가 삼성병원 장례식장으로 조문드리면서 뵌 이후 한동안 적조했습니다. 그때 상주로서 저의 조문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근황까지 물어봐주셔서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회장님. 요즘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 계획을 마련하고 직접 발표하시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잘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이 회장님을 가리켜 "1983년 도쿄에서 반도체산업 진출을 선언하셨던 고(故) 이병철 회장이 떠오른다"고 했듯이, 대를 이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으로 기업의 신규투자를 통해 국가에 공헌하겠다는 회장님의 경영철학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일각에선 삼성의 이번 광주 반도체투자 발표에 대해 '정권이 기업을 압박한 것 아닌가'라는 시각도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고동진 야당의원조차 "이건희 회장이라도 용인이 걸려있다면 이재용 회장과 비슷한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번 선택은 삼성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를 함께 걱정한 결과라고 이해합니다. 회장님께서 "전력과 용수, 인력, 인프라 등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며 조심스런 표현을 사용한 발표문의 행간에서 그간의 고민을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의 행보를 지켜보는 TK의 시선은 착잡합니다. 물론 광주에 대한 반도체 투자는 저도 찬성합니다. 광주도 대구 못지않게 경제가 낙후된 곳입니다. 특히 이번 광주 투자는 지금까지 불문율처럼 내려왔던 반도체의 '충남 남방한계선'이 깨졌다는 점에서 큰 긍정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 대구가 어떤 곳입니까. 잘 아시다시피, 대구는 삼성그룹이 태어난 발상지입니다. 1938년 3월 1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께서 28세 때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한 곳이 대구의 서문시장 옆 중구 인교동이었습니다. 40여명의 종업원과 전화기 한 대로 시작한 삼성상회는 지상 4층의 건물이었고, 이곳에서 제조한 별표국수는 아주 인기가 높아 도소매상들이 끌고 온 자전거와 소달구지로 늘 북적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암 선생께선 삼성상회에서 거둔 이익을 고스란히 재투자하느라 한동안 가족들과 이 건물에서 곁방살이를 하셨고, 그후 회사에서 도보로 5분여 거리에 독립주택을 마련하셨지요. 호암고택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이건희 회장님과 신세계 이명희 회장님이 태어났습니다.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한 삼성의 거대한 꿈이 바로 여기에서 발원한 것을 회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삼성이 그동안 TK에 쏟은 애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1954년 대구 북구에 제일모직을 설립하고 1980년대엔 휴대폰 생산기지로 구미를 선택했지요. 5공화국 시절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창단도, 박근혜 정부시절 각 지역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연고에 따라 대구를 낙점했습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건립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지원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님! 회장님께선 지난 2015년 7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차 대구에 오신 이후 11년째 대구를 찾지 않고 계십니다. 2023년에도 구미사업장을 방문했으나 차로 40여분 거리인 대구는 들르지 않으셨지요. 비슷한 시기에 삼성라이온즈 개막식 참관차 대구를 방문하는 계획이 갑자기 취소된 적도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달래려는 정권의 종용으로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드시는 회장님의 모습만 언론을 통해 접했을 뿐입니다.
이번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에도 구미만 기존의 투자계획이 재확인되었을 뿐, '대구'라는 두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전국 최고의 전자공학 교육을 받은 대구의 청년들은 용인으로, 아니 이제는 광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이재용 회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대구를 한번 방문해 주십시오. 때마침 삼성라이온즈도 시리즈 1등을 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처럼 야구장에서 푸른 점퍼를 입은 회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추경호 대구시장과 함께 서문시장에서 '뭉티기' 고기를 드시면서 대구경제를 의논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202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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