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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정치칼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나오라

2022-07-04

퇴임후 낙향한 전임 대통령
'잊힌 삶' 살겠다고 했지만
사실상의 사저정치 하는 중
몸은 고향에서 편히 쉬어도
국민위한 활동은 중단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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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는 양산 평산마을은 진보진영의 성지(聖地)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야당 정치인들이 교대로 다녀온 뒤 근황을 전하고 소감을 밝힌다. 문 전 대통령 본인도 이미 '사저 정치'를 시작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SNS에 올려 지지층에게 존재감을 알린다. 정치적 메시지는 담지 않는다고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정치적 팬덤을 갖고 있는 인물의 모든 메시지는 정치적이다. 퇴임 전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한 건 빈말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시골마을에서 생활 한복을 입고 흰 수염을 휘날리는 모습 자체는 분명 낙향해 초야에 묻힌 모습인데,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매우 요란하고, 앞으로 평산마을발 이슈들이 쏟아질 거란 예감도 든다.

평산마을에서의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을 두고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고도의 자기방어 전략이란 해석마저 나온다.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연결된 의혹이 무수히 많다. 그 수사를 막으려고 임기 말에 무리하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했다고 보는 측도 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하다가 4번 좌천당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그런 시각이 강하다. 최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권 주변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일도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검찰과 문 전 대통령의 숨바꼭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이 벌인 공방이 떠오른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내려가 오리농사를 짓고 있는 사이에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서울 여의도의 측근 국회의원들이 "정치탄압"을 주장하며 저항선을 쳤다. 그래도 검찰의 대면 조사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대형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민망한 모습이 연출됐다. 문 전 대통령이 그런 꼴을 당하진 않아야겠지만 새로 포진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 검수완박 입법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속전속결 수사에 나설 태세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나오라고 하는 건 사법리스크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엔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우리 헌정사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낙향한 건 새로운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지만 재임 중 있었던 일로 실패했다. 문 전 대통령은 두 번째 낙향한 전직 국가지도자다. 낙향한 의미는 뭘까. 다 잊고 이젠 은퇴다? 이룰 거 이뤘으니 이제 국민보다는 내 삶이 중요하다? 5년 동안 국민을 위해 봉사한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하면 다음 정부의 국민 생활이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을 끄는 일이 과연 올바른 자세일까. 정권의 이념적 성격은 달라도 국민은 같은 국민이다. 재임 중 자기편 국민만을 위해 봉사한 대통령이 아니라면 퇴임 후에도 모든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윤석열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에 장애가 되고 있는 전임 정부의 알박기 인사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재임 중엔 임기가 끝나는 자리의 뒤를 잇는 인사가 불가피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새 정부에 큰 부담을 준다면 각자 대승적 차원에서 거취를 결정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몸은 평산마을에 있어도 좋지만 전직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 모두와 함께 해야 한다. 그러면 평산마을의 시위꾼들도 할 일이 없어진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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