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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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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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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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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남고 학생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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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틱 에러' |
BL(Boy's Love)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남성 간의 감정을 다룬 BL물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웹툰과 웹소설로 조용히 소비되던 장르지만 우리가 봐온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는 이미 BL 코드가 상당 부분 녹아들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팬들만 알던 음지의 영역에서, 폭발적인 구매력과 충성도를 지닌 강력한 팬덤이 존재하는 콘텐츠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BL이 드라마로, 게다가 흥행까지?
BL은 더 이상 음지 문화로, 소수가 즐기는 트렌드로 분류되지 않는다. BL 영상물은 캐스팅이 어렵다는 통념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인기 웹소설 '시맨틱 에러'의 영상화 소식에 몰려든 오디션 참가자가 무려 150여 명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전자책 유통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연재된 '시맨틱 에러'는 올해 2월 국내 OTT 왓챠가 드라마로 선보여 대박을 터트렸다. BL이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소개되고 있는 BL 콘텐츠는 화제성과 완성도에서 호평을 받는다. 캐릭터와 서사가 뚜렷하고, 기본적으로 산뜻한 캠퍼스 로맨스물이라는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드라마가 성공하자 원작 웹소설과 웹툰이 다시 인기를 끄는 역주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맨틱 에러'의 경우 드라마 공개 첫날 원작 웹소설 거래액이 916% 폭증했고, 웹툰도 첫 주 거래액이 전월 동기 대비 312% 증가했다. 같은 달 종이책으로 발간된 웹툰도 초판 매진되는 등 낯선 장르의 양지화라는 새로운 흥행 공식을 탄생시켰다.
웹소설·웹툰 국한 틀 깨고 영상물화
왓챠 드라마 '시맨틱 에러' 흥행 물꼬
'새빛남고 학생회'도 평균 70만뷰 인기
티빙·카카오엔터 등도 BL제작 추진
OTT·숏폼 등 채널·제작환경 다변화
음지의 BL 콘텐츠 제도권 진입 견인
중견제작사들 참여로 작품성도 호평
강한 팬덤 바탕 블루오션 콘텐츠 부상
또 다른 BL 드라마 '새빛남고 학생회'도 인기다. 지난해 6월 왓챠 공개 이후 시청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고,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까지 1화 138만회, 2~5화 평균 70만회에 이른다. 인기 BL 웹툰 '인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를 재해석한 웹드라마 '블루밍'도 지난 3월 공개되며 시리즈온 방송 부문 일간 1위와 실시간 1위를 차지했다. 일드 팬들 사이에서는 '체리마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일본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또한 꾸준히 화제다.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 태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으며 한국에서도 힐링물로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또 다른 토종 OTT인 티빙은 '나의 별에게'의 시즌2를 공개했고, 크래들스튜디오는 카카오웹툰에서 1억4천만 뷰를 기록 중인 '비밀 사이'의 드라마 제작을 추진 중이다. 제작사 티투엔(T2N)미디어와 넘버쓰리픽쳐스 또한 각각 올해 말 공개 예정으로 동명의 인기 웹소설 '신입사원'과 BL 로맨틱 코미디 '비의도적 연애담'을 제작한다. '비의도적 연애담' 제작사 넘버쓰리픽쳐스는 "피비 작가의 인기작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배우 차서원과 공찬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며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신뢰 회복 로맨스"라고 전했다.
◆왜 인기인가
BL은 그간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에 대해 말하고 표현하는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여성 작가가 쓰고 여성 독자가 보는 장르로 인식된 이유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BL 콘텐츠의 영상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유가 뭘까. '숏폼, 미드폼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제작된 환경'을 그 이유로 꼽은 왓챠 콘텐츠 개발 담당 김요한 이사는 "과거에는 적은 자본으로 제작되다 보니 아무래도 작품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중견 제작사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고 유의미한 결과까지 얻으면서 BL 드라마가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르 특성상 대중성 대신 소수 취향과 특정 타깃을 공략하는 전략도 주효했다"고 밝혔다.
OTT 등 플랫폼의 다변화는 BL의 제도권 진출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생기면서 BL콘텐츠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일부 흥행작을 벤치마킹하려는 시장의 움직임도 거세졌다. 7일 개막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세간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BL 특별전까지 마련했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의 주인공 한기찬이 홀랜드와 호흡을 맞춘 '오션 라이크 미'와 웹툰 원작의 유쾌, 상큼, 발랄 드라마 '하숙집 오번지' 등 7편의 작품을 상영하고, '시맨틱 에러' 극장판도 최초 공개한다.
BL 소비자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팬덤 문화다. 혼자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작품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감상을 나눈다.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일반 소비자의 호기심까지 유발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BL 소재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한때 법정 드라마, 의학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며 트렌드를 형성했듯 BL 소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충분한 재미를 줬기 때문에 대중이 선택한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