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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 산업 육성 열중 경북도…여가·치료용으로 각광

2022-07-21

포화 상태 소·돼지·닭 등 전통적 축산업 새로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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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화령초교 학생들이 승마 체험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기마 민족'이었다. 말을 타고 광활한 만주 벌판을 누볐던 선조들의 기상은 고구려 무용총 고분 벽화(중국 길림성)에서도 엿 볼 수 있다. 1973년 세상에 빛을 드러낸 황남대총(경주 황남동)은 어떤가. 발굴 후 50년간 무덤의 주인을 찾지 못한 이곳은 고분 속 벽화 '천마도'의 이름을 따 '천마총'으로 불린다.

말은 꽤 오랜동안 가장 중요한 탈 것이었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는 기마병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기술진보로 다양한 운송수단이 생기면서 '탈 것'의 기능은 거의 사라졌지만, 말은 여전히 여가·치료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북도는 기마 민족의 기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말(馬)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말 산업은 포화 상태에 이른 소·돼지·닭 등 전통적 축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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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영천경마공원 조감도. 경북도 제공
◆'말(馬)은 나면 경북으로'
근·현대화 이후 국내 말 산업은 승마·경마 등에 초점을 맞추며 성장했다. 승마는 1920년 벨기에 안트베르펀 올림픽 이후 100년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 스포츠다. 도박과 가깝게 인식되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경마 또한 다양한 국내·국제 대회가 열리는 엄연한 스포츠 종목이다.

경쟁에 기반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말 산업이 각광 받으면서 국내에서는 우수한 종마(種馬)를 생산하기 위해 관련 산업도 성장해 왔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과거가 됐다. 말 산업이 성장하면서 정부는 2015년 경북을 시작으로 경기·전북 등을 '말 산업 육성 특구'로 지정했다.

도내에서는 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등 5개 시·군이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는 말의 생산·조련·유통·사육 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된 5개 시·군은 국비 지원 등을 통해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조성(구미), 마유기반 향장산업 개발·에코승마공원 조성(영천), 유아·청소년 승마교육센터 설치(상주), 삼국유사 가온누리 연계 승마장 운영(군위)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 중이다.

◆'4차산업과 함께 말(馬) 달리자'
말 사육두수의 비약적 증가 등 관련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인력 육성 등도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말 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10개소 중 3곳(경북자연과학고등학교, 서라벌대학교, 성운대학교)이 경북에 위치해있다. 경북자연과학고교(상주)는 연간 말 산업과 신입생 40명, 서라벌·성운대학교는 각 20명을 모집한다. 이곳에서는 말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현장 맞춤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말 산업이 사육에만 치중된 것은 아니다. 말 부산물 등을 활용한 기술 개발 등 산업 다각화도 이뤄지고 있다. 2020년 12월 영천의 한 기업이 경북산 마유(馬油, 말기름)를 이용한 '마유-플라보노이드 복합추출물'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마유-플라보노이드 복합추출물은 탈색·탈취 과정에서 인공합성물을 사용하는 대신, 특허기술인 과실류 및 정유 성분을 적용해 말기름의 불쾌한 냄새를 최소화했다.

재활치료 등 힐링을 위한 콘텐츠 연구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성운대학교(영천 신령면)는 재활승마활성화를 위한 각종 연수프로그램, 현장 학습체험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재활승마와 관련한 연구보고서·동영상 등을 제작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한 재활승마지도사 과정을 VR(가상현실) 체험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재활승마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성인 지적장애인의 상호작용과 사회 활달성 변화 등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말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국제교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정아 도 축산정책과장은 "영천시와 중국 길림성 승마협회의 유소년 승마단 교류 정례화 등을 위한 MOU 체결, 중국·홍콩·싱가포르·미국 등 관련 산업 선진지 방문 등 정기적 국제교류를 통해 말 산업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말(馬)과 함께 힐링하자'
도는 2020년 '말산업 육성 및 조례'를 제정하고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또 '말산업육성을 위한 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레저세 수입의 5%를 기금으로 적립, 지역 축산발전 사업에 사용토록 함으로써 장기적인 지방비 확보 근거도 마련했다. 도는 매년 7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말 산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역의 말 산업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체험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다. 국·지방비 18억원이 투입돼 전국 최대 규모로 조성된 낙동강 승마길(구미시 승마장~구미보, 17.9km)은 자연과 문화, 관광자원이 어우러진 환경 속에서 승마체험을 즐길 수 있다. 체험객들은 이곳에서 승마 체험을 하면 역사 속 기마무사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승마체험을 위한 가격(1인당 5천원)도 저렴해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미승마장은 올해부터 총 6억원을 들여 4km 길이의 크로스컨트리 경기장도 조성 중이다. 앞으로 이곳에선 장애물·오솔길·늪지 등으로 구성된 특색있는 승마체험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천엔 말·사람·자연이 어우러질 수 있는 승마체험 공간이 운영 중이다. 이곳은 가족 단위로 승마 체험을 하거나 포니(조랑말)가 끄는 레일마차 탑승 등을 즐길 수 있다.

승마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2021년 총 사업비 119억원(국비 포함)을 들여 건립된 승마교육센터(상주 사벌국면)는 유아·청소년들의 심리적·정서적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이곳은 미래세대가 승마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도는 지난 6월 유·청소년 위주의 종목으로 편성한 제1회 경북도지사배 전국승마대회를 상주 국제승마장에서 개최하는 등 승마 저변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앞으로 승마를 통해 유아·청소년의 정서 순화, 호연지기 함양 등을 위한 유소년 승마단 창단 지원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금 말(馬)은 달리고 싶다'
지역 말 산업 육성을 위한 가장 큰 현안은 영천 경마공원의 성공적 조기 건설이다. 2025년 12월 개장이 목표인 영천경마공원(영천시 금호읍 성천리·대미리, 청통면 대평리 일원, 약 44만평 부지)은 총 사업비 3천600억여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앞으로 국제 수준의 경마공원과 함께 지역 주민의 휴식 공간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마공원 건설·활성화 효과는 크다. 전국 3개소 경마공원(과천·제주·부산경남)의 2019년 기준 매출액은 총 7조3천억여원에 달한다. 공원 매출액의 10%가 지방세로 귀속되기 때문에 지방정부 재정에도 큰 보탬이 된다. 도는 영천경마공원이 들어서면 경제적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 외에도 단계별로 최대 1천400억원의 지방세 수입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말 산업 육성기금 출연을 통해 지역 축산발전사업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는 이와 함께 체험활동을 통한 승마 관심 유도와 저변 확대 등 승마 대중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간 1만명 이상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놀이와 흥미를 겸한 복합승마체험학습 등을 추진한다. 또 농촌 어르신들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실버 승마단 창단도 이끌 방침이다. 이외에도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동해안 해변이나 백두대간과 연계한 산악코스 등 자연과 함께하는 승마 코스 발굴도 추진 중이다.

김종수 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지역의 말산업 자원을 활용한 농·축산의 새로운 기회 창출과 더불어 레저·스포츠 사업을 추진해 경북 곳곳을 여가·휴식·치유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중원을 호령하던 고구려 선조의 기상을 이어받아 경북의 말산업을 100년 이상 이어갈 수 있는 경북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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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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