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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장이 열린 순간 붓도 비로소 멈추다

2022-07-25

수평·수직선 무한교차로 평면의 한계 넘는 기억의 공간 구현

화가 신수혁 첫 대구 개인전 '임계점'…31일까지 갤러리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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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혁 'Critical point'

세필(細筆)을 사용해 푸른색과 흰색의 유화물감을 교차해 수직과 수평으로 선을 긋고 또 긋는다. 이 교차는 축적된다. 물질이었던 푸르고 흰색인 안료가 오일과 섞이고 녹아 화면에서 다시 그려진다. 그 점성의 액체가 선이 되고 면이 되다가 다시 구조적인 평면이 된다. 이 형상에서 우리는 신수혁 회화의 임계점을 찾을 수 있다.

서양화가 신수혁의 대구 첫 개인전 '임계점(Critical point)'이 31일까지 갤러리신라 대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작 3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 타이틀인 임계점은 열역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상(狀)평형이 정의될 수 있는 한계점이며, 그 지점을 넘으면 상의 경계가 바뀌어지는 지점을 말한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도쿄예술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신수혁은 일상적인 도시 속에서 마주한 시공간에 대한 경험과 관계를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작가는 '공간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우리 삶 속의 한 공간의 변화는 생겼다가 지워지고 다시 새롭게 채워짐의 연속이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생기는 기억과 기록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계속해서 쌓이고 쌓여간다. 3차원과 그 너머의 사고를 2차원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예술적 태도다.

그렇게 신수혁의 그리드에 기반한 선 작업은 회화의 본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또 본질을 통해 그가 바라본 세상을 표현해 내고자 한다. 추상적이면서도 개념적인 그의 작업들은 회화의 한계를 넘어 도시가 헐리고 다시 세워지는 요즘의 번화한 빌딩과 유리창들에 투영되어 비치는 빛의 압축된 상태의 느낌을 보여준다.

그는 화면에 구현된 이미지보다 작업의 과정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한다. 거칠면서 두꺼운 질감이 표현되기까지 작가는 물감을 칠하고 지우고 채우기를 반복한다.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완성된 캔버스 위로 펼쳐진 물감의 질감 및 화면 구조에서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변미정 갤러리신라 큐레이터는 "그의 작업 화면의 특징은 수평선과 수직선을 반복해 붓질한 결과로 존재하는 무한히 많은 사각형이다. 반듯하지 않은 도형의 존재들은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색상인 파란색을 통해 일관된 캔버스에서 여러 요소를 찾도록 이끌고 몰입하도록 유도한다"면서 "2차원 평면 위에서 3차원과 그 너머 차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업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직 수평으로 선을 무한히 쌓는 과정에서 물감의 덩어리가 회화가 되는 어느 지점에서 작가는 붓을 내려놓는다. 작가는 그의 작품에 스며든 푸른색의 환영과 빛을 지칭해 'Melted Blue'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신수혁은 작업 노트에서 "나는 유화물감으로 작고 가는 붓의 스트로크로 수 없는 수평과 수직을 교차한다. 그것의 세우기와 허물기 그리고 지우기와 다시 쌓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제작의 어느 지점에서 미스터리하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을 마주하는 체험이 반영된 것이 나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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