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729010003776

영남일보TV

폭염·폭우에도 계속 '거리 생활'…노숙인 절반이 시설 입소 거부 "왜?"

2022-08-02

단체 생활 불편함·규칙 거부감 등 이유 들어

폭염·폭우에도 계속 거리 생활…노숙인 절반이 시설 입소 거부 왜?
29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에서 폭염 속 노숙인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자인 기자

연일 반복되는 폭염·소나기 속에도 다수의 거리 노숙인들이 거리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의 한 주택가 공용 벤치에는 여행가방을 비롯한 신문, 물통, 겨울옷 등의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 물건들은 2개월 가량 벤치에서 머물고 있는 노숙인 A씨의 짐이다.

주민 김모(76)씨는 "아침에 폐지를 줍으러 나오면 매일 A씨가 벤치에 불편하게 앉아 잠을 자고 있더라"면서 "비가 와도 앉아 있고 날이 더워도 앉아 있다. 저러다 열사병에 걸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의 걱정처럼 폭염과 소나기가 반복되는 '찜통더위'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대구지역에 폭염특보가 총 42일 발효됐다.

하지만, 대구시가 파악하고 있는 노숙인들 중 절반 가까이는 무더운 날씨에 관계없이 여전히 노숙생활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노숙인 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탓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파악된 지역 거리노숙인은 84명이다. 자활센터·일시보호센터 등의 보호시설에 입소한 노숙인은 92명으로, 전체 노숙인(176명) 중 47%가 거리 생활을 전전하는 셈이다.

대구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분기별 조사를 통해 파악된 노숙인을 대상으로 상담에 나서고 있다. 주로 시설 입소를 권유하고 있지만 자신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거부하는 노숙인들이 대다수"라며 "A씨 또한 센터에서 파악하고 있는데 본인은 노숙인이 아니니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만 들을 뿐이다"고 했다.

노숙인들이 시설 입소를 꺼리는 주된 이유는 단체 생활에 대한 불편함, 규칙에 대한 거부감 등이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이준식(가명·59)씨는 "코로나 이후 3년째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사계절을 모두 겪어봤는데 시설에 굳이 입소할 만큼 더운지는 모르겠다"라며 "10월부터 4월까진 추워서 힘들지만 5월~9월은 그나마 견딜만 하다. 시설에 들어가면 시설의 규칙이 있는데 그걸 지키고 구속받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노숙생활을 시작한 김청호(가명·58)씨도 "센터라는 데가 노숙인들의 애로사항보단 센터 자체 규칙, 규율을 지켜야 하는 게 있다. 형식적인 절차가 많아서 답답하다. 현재로선 덥거나 비가 오면 건물 아래 있는 게 최선"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다수 노숙인들이 공용시설에서생활하는 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없진 않다.

양모(여·58·대구 북구)씨는 "야외 체육시설이 있는 곳에 노숙인이 살고 있는데 딱한 사정에 뭐라하지는 못하지만 체육시설을 이용하기가 불편한 부분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자체도 입소를 거부하는 노숙인을 설득할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입소 상담을 권유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강제로 자리를 옮기라 할 수도 없다. 여름철 폭염대책으로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모텔에서 단기로 거주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쪽방촌 주민들이 대다수이고 노숙인은 거의 없다"라며 "근본적으로 심리적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사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들은 저마다 사연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라며 "한두 번 상담을 해서 설득이 안 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자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