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 배우기 시작할때 의사소통법 제대로 가르쳐야 떼쓰지 않게 돼
감정대로 행동 표현하는 것이 아닌 말로 상황을 표현하는 기술에 초점
개방형 질문으로 대화 잇기·가족회의 통해 자기통제력 기르는 습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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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녀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행복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 모녀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영남일보 DB> |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고집이 셀까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해야 하는 일은 하기 싫어해요. 언제나 징징 거리면서 말을 해서 너무 속상해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대표적인 고민 중 하나다. 웃는 얼굴로 대화를 마쳐야지 다짐하고 시작해도, 언제나 전쟁터 같은 의견 충돌로 끝을 맺기 마련이다. 부모세대와는 생각, 교육, 개성 등이 많이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아이, 부모 세대와는 다소 다른 우리 아이와 행복하게 소통하는 방법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왜 우리 아이는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을까.
A: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자녀와 부모의 의사소통에서 오는 문제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서로 소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의 의사, 감정만을 자신의 방식대로 전달한 것이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부모와 자식의 대화 속에도 일방적인 자신의 감성, 의사만을 전달한 것으로 대화했다고 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진정한 의사소통이 아닌 서로 마음을 다치고 상하는 불통의 관계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의 언어를 이해하는 의사소통 기술을 익혀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도 기술이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자, 우리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게 만드는 방법이다. 부모가 먼저 대화의 기술을 익혀 아이에게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의사소통은 문제를 잘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으로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의사소통이 말하기를 잘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하기, 듣기, 쓰기, 설득력 있게 논쟁하기를 학교와 집을 비롯해 가족들이 가는 어느 곳에서든 배워야 한다. 이런 기술은 순차적인 단계를 통해 연마된다. 1단계는 그대로의 감정 표현하기, 2단계는 보여주고 말하기, 3단계는 대화하기이다. 최종의 목표는 대화를 통해 공동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아이는 사회 구성원으로 사람들과 협력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Q: 어떻게 하면 부모와 행복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A: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의 의사, 감정을 울음으로 제일 먼저 표현한다. 말이라는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기 전이기 때문이다. 말을 배우기 이전까지는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부모는 적절하고 신속하게 반응해 준다. 이때, 아이는 부모와 적절한 의사소통을 했구나 하는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유아, 초등의 단계에서도 아직 1단계 의사소통을 하려는 아이로 인해 부모는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모는 2단계를 보여주고 말하기 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 아이가 의사를 표현할 때는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말로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과자를 원한다고 해서 울거나, 상대방을 때리는 행동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한다.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2단계를 반드시 익혀야 떼쓰지 않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초등학생이지만 학교에서도 교우관계에 있어서 말이 아닌 1단계 방법인 행동이나 감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이 야기된다. 말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방법을 먼저 부모가 몸소 보여주고, 자신의 감정, 의사를 말로 표현하도록 반복해 보자. 3단계 의사소통에는 최소한 듣는 이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생각 상태가 필요하다.
Q: 행복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A: 생각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할 시간이 생각보다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 의사소통능력이 길러지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하려는 마음의 힘이 생긴다. 들어줄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행복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몇 가지를 생활에서 실천하면 좋을 방법이 있다.
첫째, 특정한 시간을 정해 아이의 일상에 대한 사소한 질문을 던져보자.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말 대신에 "오늘 학교에서 뭘 했니?" "오늘 학교에서 어떤 걸 그렸니" 같은 질문을 해 보자. 아이들은 부모가 질문하는 대로 이야기를 늘어놓고 저녁 식사 시간은 즐거운 의사소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 시간이 실제 얼마나 걸릴까. 결코 긴 시간이 필요 없다. 실제로 하루에 20초의 대화 속에서도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아이의 롤 모델로서 의사소통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둘째,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자. 의사소통 역시 부모가 아이의 롤 모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의 1단계 의사소통을 하면 아이는 1단계 의사소통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아이의 의견을 가치 있게 대해주고, 말하고, 의견을 공유할 기회를 줄 때 더 나은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방형 질문을 사용하자.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폐쇄형 질문(단답형 질문)을 던지면 대화는 한 번에 끝이 나고 만다. "학교에서 너랑 제일 친한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래"와 같은 질문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여백이 있다. 이런 질문은 언어를 발달시키고, 자기 통제력을 키울 수 있게 해 주는 만큼 최소한 다섯 번의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자.
넷째, 디지털 스크린의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 있는 시간을 제한하고 진짜 사람들과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자. 의사소통능력은 일방적인 환경에서는 길러지지 않고, 토론과 의견 충돌은 의사소통의 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놀이로 문제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협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섯째, 가족회의를 열어보자.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도 크고 작은 일로 문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가족이 모여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문제를 토론하다가 보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자기 통제력을 기를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위한 존중심을 키울 수 있다. 가족회의는 아이들이 징징거리지 않고 토론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자녀 양육에서 매우 많은 부분이 언어를 사용해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전달하는 활동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를 가르칠 때도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어떻게"해야 하는지 질문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허락을 구할 수 있을까, 왜 허락을 구하는 것이 중요할까" 등 이런 내용도 함께 이야기할 때 행복한 의사소통, 차원 높은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대구명덕초등 박윤경 교사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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