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추억은 책과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 추억으로 채우는 책읽기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 남편은 하루에 한 번씩 부모님 집을 드나들며 관리해 오고 있습니다. 남편에게는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죠.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지붕을 손보고, 장판과 도배를 다시 했습니다.
장판을 교체하면서 아버님께서 쓰셨던 메모철을 발견했습니다. 메모 속에는 제가 읽어드린 책 제목도 여러 차례 보였습니다. 메모를 읽으면서 아버님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추억은 제각각입니다. 장소, 물건, 음식 등 모두 추억을 안고 삽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추억은 책이 주는 것입니다. 페이지로 저장하고 책장으로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메모철에서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버님과의 대화를 기억할 수 있었나 봅니다.
글을 보내고 집에 작은 책장과 앉은뱅이책상을 들였습니다. 책장에는 아버님께 읽어드리면 좋아하셨을 책을 꽂았습니다. 아버님의 추임새가 그리울 때면 책상 앞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책을 읽고 있으면, 새로운 추억이 쌓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름의 막바지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바람도 불어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는 올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추억의 페이지를 채우는 책 읽기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박혜균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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