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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1970~80년대 메가히트 만화 주인공 '독고탁' 경산에 박물관 생긴다

2022-08-22

故 이상무 화백이 1971년 탄생시킨 캐릭터
서상동에 올 가을쯤 착공...유작 스케치 등 전시할 예정
경산소상공인들에게 로열티없이 일정기간 사용 허용 검토
딸 슬기씨 "아버지 고교생때 영남일보에 네컷 만화 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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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만화 주인공 '독고탁'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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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무 화백의 외동딸 슬기씨가 독고탁이 처음 등장한 1972년 '주근깨'작품을 웹툰으로 연재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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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무 화백이 생후 1개월 쯤 된 딸 슬기씨를 안고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51세의 '독고탁'이 경북 경산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한국 만화계의 큰 산맥이었던 고(故)이상무(본명 박노철)화백이 1971년 탄생시킨 만화주인공 독고탁의 박물관이 올 가을쯤 경산 서상동에 착공될 예정이다. 독고탁은 1970~80년대 한국 만화의 명불허전이다. 지금의 중장년층에겐 잊을 수 없는 어린시절의 그 독고탁이다. 이 화백의 외동딸 박슬기씨('독고탁 컴퍼니'대표)는 경산지역 소상공인들이 독고탁 캐릭터를 일정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산에 '독고탁 박물관'..."소상공인 캐릭터 일정기간 무상 사용 검토"

박물관은 현재 건축도면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이 완공되면 한국만화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들을 대출해서 경산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 화백의 원고, 책, 유품 등은 수장고 시설이 뛰어난 한국만화박물관에 기증돼 있다.

슬기씨는 18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고탁의 자료들을 분기마다 바꿔가며 테마에 맞는 전시를 할 예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만화가, 다른 장르의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외국의 만화가들과의 콜라보도 계획 중이다"며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즐겁고 행복한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독고탁 캐릭터의 저작권은 이 화백이 지난 2016년 타계한 후 슬기씨가 갖고 있다.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경산지역에 보답하기 위해 소상공인에겐 일정기간 로열티(저작권료)를 면제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슬기씨는 "독고탁이 경산의 캐릭터로 자리잡기 위해선 시민들께서도 독고탁을 아끼고 사랑해주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로열티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독고탁을 이용해 굿즈를 만들고 카페 같은 경우에는 독고탁 그림이 올라간 커피(라떼류), 쿠키, 베이커리 등을 판매한다면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자인은 꼭 허가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무상 사용을 진행하고 싶다. 디자인은 경산에 있는한국만화인협동조합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산시민분들과 독고탁이 상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고 있지만 저작권은 매우 민감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며 "경산시·만화가협동조합·변호사와 논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저의 뿌리는 경북"...영남일보와도 인연

이 화백은 1946년 경북 김천에서 출생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소년 이상무가 만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고교진학때문이었다.

친구들이 김천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러갔을 때 등록금 낼 돈이 없었던 이 화백은 시험조차 치질 못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동네의 한 교사가 학교신문에 그림을 그려주면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당시 김천농업고다.

학교에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1963년엔 영남일보 어린이 지면에 4컷짜리 만화가 실리기도 했다. 1965년 '노미호와 주리혜'로 데뷔했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상 몇 년 더 빠른 고등학생 때다.

슬기씨는 "김천고 입학시험조차 못보게 된 날에는 할머니의 재봉틀을 붙잡고 그렇게 우셨다고 했다. 재봉틀은 아버지에겐 특별한 존재였다. 어릴적 그 재봉틀 밑에서 노는걸 좋아하셨다고 한다. 경산에 박물관이 생기면 작품들과 함께 전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는 고등학교때 운좋게 데뷔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버지 작품이 실린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게돼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 화백은 36세때 슬기씨를 서울에서 낳았다. 그시절엔 늦둥이다.

슬기씨는 "경북 출신의 친한 분들이나 친척들과 말할땐 경북 사투리를 씁니다. 화날때도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와요. 경북은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도 뿌리인 곳이라서 박물관을 만
든다면 경북지역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다"며 경북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경산을 선택한 이유도 알려줬다.

그는 "제가 이사로 있는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이 경산에 있다. 이곳 조재호대표가 경산시에서 독고탁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매우 크고 아름다운 도시다. 대학이 많지만 학생들이 경산을 많이 떠난다는 말도 들었다. 이 친구들이 경산과 경북에 남아서 일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거점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독고탁 박물관을 만들고 캐릭터를 이용한 도시 재생 및 문화 컨텐츠 개발에 앞장 설 수 있다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무엇보다 경산시 공무원분들께서 너무 열정적으로 독고탁을 사랑해주시고 이 (박물관)프로젝트를 지지해주셔서 경산 말고 다른 곳에선 하고 싶단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곁에서 본 '아버지 이상무''만화가 이상무'

이상무 화백이 세상에 머문 마지막 장소는 그의 작업실이다.

그의 만화속 아들 독고탁은 1971년에 탄생했고, 이듬해인 1972년 '주근깨'라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등장시켰다. 그가 집필한 300여편의 주인공은 독고탁이다. 야구,가족 만화 등에 많이 등장했다. 꼬마의 모습부터 청소년, 성인 모습까지 다양하게 독고탁의 세상을 만들었다. 고(故) 이 화백은 2019년 문화 훈장을 수훈하고 국가문화유공자가 됐다.

이 화백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 작가 조재호 한국만화인협동조합 대표는 "선생님이 등단하시기전에는 상당수 만화가들이 일본 만화를 베꼈다. '이상무 그림체'로 만들어진 독고탁이1970~80년대 메가히트를치면서 한국에서도 만화가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셨고, 만화계의 큰 산맥이다"고 기렸다.

당대 최고의 만화가를 아버지로 둔 딸에게는 유명세를 치른 일화가 많다.

"어릴 때 아버지가 '만화가 이상무'라는건 밖에 나가면 알 수 있었다.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으면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식사하기가 힘들었다. 초등학교 입학식때 아버지께서 오셨는데 학생들이 난리가 났다. 입학식이 치러지는 강당에 들어오셨다가 결국은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입학식은 못보고 밖에서 저를 기다리셨다."

늦둥이 외동딸은 아버지에겐 분신같은 존재였다. 늘 데리고 다녔다. 이 화백의 작업실은 '꼬맹이'딸에겐 놀이터가 됐다.

"화실에서 아버지 일을 돕는 건 가장 즐거운 놀이였다. 펜선을 다 마친 원고에 연필 데셍 지우개질을 한다거나, 원고를 하고 계시는 아버지 옆에 앉아서 데셍에 펜선까지 그려가며 만화를 그린다고 따라했던 기억이 있다. 지우개질을 너무 열심히 해서 다 만든 원고를 찢기도 해 아버지와 어시스턴트 오빠들이 울상이 되기도 했다. 그때 아버지는 '슬기야, 그냥 네 만화 그려라'며 종이와 연필을 건네주셨다"고 회상했다.

◆독고탁의 네버엔딩 스토리와 독고탁 정신

슬기씨가 대표로 있는 '독고탁 컴퍼니'는 이상무 화백의 기념사업, 독고탁 복간 사업, 독고탁 캐릭터 라이센싱, 청년 문화 예술인들 교육과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독고탁이 처음으로 등장한 '주근깨'는 올해가 50주년이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복간할 예정이다. 웹툰으로는 현재 연재중이다.

아마추어 극단도 운영하고 있는 슬기씨는 "아버지 만화를 뮤지컬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노래와 만화가 공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작고하기전 어릴적 고향 얘기인 '감또깨이 입에물고' 2편을 준비하고 있었다(1편 2006년 출간). 웹툰으로 볼만한 따뜻한 단편 러브스토리(가제 '러브 메신저')도 기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스케치는 중간까지 하다가 이 화백이 세상을 떠나자 작품도 멈췄다. 이 스케치는 '주근깨' 원본과 함께 경산에 생길 박물관에 전시될 계획이다.

슬기씨는 아버지의 작품속에는 '독고탁 정신'이 있다고 했다.

"타고난 단점과 불우한 환경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성공을 이룬다는 것이다. 세상과 삶이 아무리 불공평하고 힘들어도 살아갈 만하다는 것이 독고탁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독고탁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네버엔딩스토리다.

글=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사진=박슬기 '독고탁 컴퍼니'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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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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