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승소 건축주 22일 본격 공사 재개
주민들 새벽 4시부터 집회…공사차량 막아
무력 충돌은 없어...3차중재위도 실마리 못 찾아
![]()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부지 앞 골목에서 집회중이던 한 주민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
![]() |
22일 오전 4시부터 집회를 준비한 대현동 주민들이 이슬람 공사 현장 앞 골목에 길게 늘어 서 공사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
![]()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건축 관계자들이 22일 인근 주민들의 집회로 공사차량 진입이 막히자 시멘트 포대를 손으로 나르고 있다. 오주석 기자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1심과 2심 판결에서 승소한 이슬람 사원 건축주가 22일 본격적으로 공사를 재개하자, 인근 주민들은 집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공사 차량을 막고 나섰다. 합의점을 마련해야 할 중재위원회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2일 오전 7시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부지 앞 골목에는 공사 재개 소식을 듣고 모인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집회를 준비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한 현수막을 들고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선량한 대현동 주민을 혐오와 차별의 세력으로 몰고 가는 무슬림과 이를 옹호하는 세력들의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우리는 고요하고 평온한 생활 주거지를 되찾을 때까지 항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8시 경북대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건설업체 직원들이 이슬람 사원으로 시멘트 포대를 운반하자, 주민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자재 반입이 웬말이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울부짖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슬람 사원으로 시멘트가 계속해서 반입되자, 이를 지켜보던 한 80대 주민은 골목 앞에 드러누워 "억울해서 못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슬람사원 건축 허가는 처음부터 행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 지적도를 확인하고 한 번이라도 현장 답사를 했다면 이 같은 주거밀집 지역에 사원 건축을 허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 북구청장은 6월 지방 선거에서 약속한 이슬람 사원 이전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다행히 이날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원 건축주 측은 "우리는 법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이 공사장에 진입하지 못해 40㎏에 달하는 시멘트 50포대를 일일이 손으로 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에 쌓인 시멘트 포대. 이날 무슬림 유학생들은 공사차량이 주민들의 집회로 막히자 시멘트 50포대를 손으로 옮겼다. 오주석 기자. |
대현동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의 상황이 극에 달하고 있음에도 합의점을 마련해야 할 이슬람 사원 건축 중재위원회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진행된 제3차 중재위원회에서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무슬림 측은 경북대 도보거리 내 인접 부지와 200명 이상의 수용할 돔 형태의 건물, 주민 반대가 없는 부지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이전을 검토 한다는 입장이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무슬림 유학생은 "법적으로 허락받은 이슬람 사원 건립은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이 걱정하는 음식 냄새나 예배 조건 등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했음에도 주민들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경북대나 대현동 인근 교회 부지로의 이전 또한 현실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중재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달라 현재로선 모두 부정적"이라며 "지금 비슷한 조건의 부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재위원회가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