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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2022-09-14
[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와인터널이 있는 경북 청도 화양읍 송금리에 도착한 은수마을버스.
[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청도소싸움장을 찾은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의 저자 임택 작가.
[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마을버스 여행팀이 싸움소 농장 견학 후 마을의 큰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청도 유호연지의 군자정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임택 작가(맨 앞)와 마을버스 여행팀.


"이 여행은 중도에 차(車) 고장으로 하루 종일 어느 처마 밑에서 옥수수만 뜯다 올지도 모릅니다."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의 저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행작가 임택(62). 그는 생전 처음 와보는 경북 청도·경산에 들어서기 전 일행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는 "지난 삼척 여행 땐 은수가 고장났다. 차를 고치는 동안 정자에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면서 "여행은 인생과 닮아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데 매력이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폐차를 6개월 앞둔 서울 종로 12번 마을버스를 구입해 677일 동안 오대륙 48개국 여행을 다녀와 화제가 됐고, 당나귀와 함께 80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한 임 작가가 지난 26~28일 사흘간 청도와 경산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임 작가를 비롯한 일행을 태우고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을 출발한 '은수마을버스'가 청도 화양읍의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펜션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한낮이었다. 고장이 잦아 언제 도착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엄포와 달리 비교적 일찍 도착했다. 경산 이경희씨, 청도 박부강씨, 전북 전주에서 온 임양근씨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를 누빈 버스답게 창문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고 , 내·외부에는 세계 각국의 문자로 쓴 낙서가 빼곡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는 임 작가를 비롯해 김병목·오상오·노정숙·백종현·박혜원·정애영·김은자·안종호씨 등 모두 9명. 임 작가가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한 국내여행에 참여한 적 있거나 이번에 처음 동참한 사람도 있다. 연령대는 50~70대. 시인·수필가·화가·음악가, 그리고 은퇴한 비행기 조종사 등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지만, 모두 여행을 좋아하고 임 작가의 책을 감동 깊게 읽은 사람들이다.

여장을 풀고 일행이 가장 먼저 간 곳은 청도 유호연지. 연꽃이 지고 잎만 무성한 저수지 둑길을 걸어 군자정에 앉았다.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고성이씨와 저수지 조성 당시의 유래에 대해 살펴본 후 싸움소를 기르는 농장 견학을 위해 이동했다. 다음날 일정에 소싸움 경기 관람이 포함돼 있어서다.
임 작가는 '여행은 버리러 가는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기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이번 여행의 원칙을 여행 전 미리 문자로 공지했다. '자신의 일은 철저히 자신이 한다' '철저히 게으른 여행' '종이컵·비닐컵 등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개인 컵과 수저, 수건을 준비하고 음식물 등 쓰레기를 최소로 줄이기' 등이 강조됐다. 숙소로 돌아온 이들이 각자 준비해 온 식재료로 저녁을 지어 먹은 것도 '여행원칙'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둘째날 청도 화양읍 송금리 마을을 둘러보고 와인터널을 거쳐 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홍팀 '대들보'와 청팀 '사이다'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일행은 각자 얼마간의 우권을 구매해 승부의 짜릿함도 맛보았다. 이후 일정이 자유시간이란 점도 특이했다. 말 그대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루지를 타러 가거나 청도읍성과 석빙고를 구경하러 갔다. 저녁에는 한자리에 모여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간을 마련했다. 임 작가의 여행이야기와 하모니카 연주 등 장기자랑도 펼쳐졌다. 임 작가는 "8월 초 안동 채화정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경산에 산다는 이경희씨를 만났다. 그의 주선으로 이번 청도·경산 여행을 계획하게 됐다"며 이곳을 오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도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는 "동네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마을버스를 보며 쳇바퀴 돌 듯 정해진 코스로 달리는 버스가 쉰 줄에 들어선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래전부터 50대가 되면 여행가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는데 처지가 비슷한 낡은 마을버스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다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겼고 다녀온 후 글을 썼다"고 했다. 또 "당나귀 동키호택과 함께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이야기도 부지런히 쓰고 있다. 한국어로 완성되면 영어와 스페인어 번역판을 낼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날 은수마을버스는 경산 남천면 와이너리 '비노캐슬'에 들렀다. 일행은 숙성실 등을 둘러보며 지역에서 생산하는 MBA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한성식 대표로부터 발효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음도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청도·경산 일정이 끝났고, 은수마을버스는 서울로 돌아갔다. 아쉽기는 배웅하던 이들도 마찬가지. 이경희씨 등은 "추억을 얼마나 가득 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은수마을버스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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