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암 세포의 면역회피 꼼수 사용하지 못하게 해 암 사멸 도와
세포독성·표적항암제가 정상세포에 작용해 생기는 기존 부작용 드물어
피부 질환·갑상선 문제·위장관 질환·폐렴 등 면역 관련 증상 나타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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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가 열릴 예정이다. ESMO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R)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학술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서 각 기업은 그동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각종 임상결과는 물론 면역항암제 등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인체의 면역체계를 통해 작용하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기존 항암제들이 가졌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란
전문의들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의 정확한 명칭은 '면역 관문 억제제'다. 이전의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서 암을 없애는 약제였다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를 자극해, 다시 말해 그 면역세포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서 암세포를 공격해 암을 없애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은 균이나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이 몸에 들어오거나 생기면 그것을 인식하고 공격하는 면역체계가 있는데, 암세포는 이러한 면역체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면역회피라는 꼼수를 사용한다. 이런 꼼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암을 죽이는 작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면역항암제'인 것. 이런 덕분에 기존 항암 제1세대의 세포독성 항암제, 2세대의 표적항암제와 같이 정상세포에도 작용해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면역항암제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점차 인구가 고령화되며 암 환자도 초고령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요즘에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독성이 적은 면역항암제로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 현재 면역항암제가 각광받고 있는 것. 또 여러 암종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서 앞으로의 임상시험 결과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떤 암에 주로 사용되나
현재 여러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고 있다.
폐암의 경우 현재까지 가장 많은 면역항암제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진행하고 있는 암종으로 면역항암제의 결과가 가장 좋은 암종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로는 비소세포폐암 중 수술 불가능한 3기 폐암에서 동시항암방사선 치료 후 유지요법으로 면역항암제가 급여되어 사용 중에 있고, 4기 암에서는 1차 항암치료부터 PDL-1(Programmed cell death-ligand 1=암세포의 표면이나 조혈세포에 있는 단백질) 발현율에 따라 사용 방법이 다르지만 면역항암제 단독이나 세포독성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이 보험급여가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또 소세포폐암에서는 확장병기에서 세포독성항암제와의 병용요법으로 면역항암제가 1차 항암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완전 절제가 가능한 폐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한 최근 임상결과가 좋은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는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면역항암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암의 경우 현재로서는 Her-2(표피성장인자수용체2) 발현 음성인 환자에게 1차 치료로서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대장암도 위암과 마찬가지로 표적치료제에 대한 치료 효과가 높아 면역항암제는 우리나라에서 보험급여가 되지 않지만 종양세포의 유전자 성격에 따라 면역항암제가 본인부담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과 최근 6월 수술 전 보조항암요법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대장암에서도 면역항암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유방암에서도 특히 삼중 음성 유방암에 대한 PDL-1 발현율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사용이 권고되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본인부담 비급여로 사용 가능하다.
간암은 대표적으로 표적치료제가 널리 사용되던 암이었지만,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이 생존 기간 증가를 보이기도 했다.
신장암은 폐암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빠른 시간에 1차 치료로서 보험급여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장암의 질병 위험도 기준에 따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사용 중에 있다.
전문의들은 "현재 국내에서는 많은 암종에서 면역항암제가 보험급여 및 비급여 항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고식적 요법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도 현재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면역항암제는 지금보다 더욱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은
면역항암제 단독으로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치료제와 같은 부작용이 비교적 적게 나타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다. 다만 면역관문억제라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약제인 만큼 면역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이런 부작용은 이전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치료제의 부작용과 증상이 달라 의사뿐만 아니라 치료받는 환자들도 부작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의 경우 부작용에 대한 증상을 주치의에게 상세하게 표현하고,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은 약제에 따라 조금씩 빈도가 다르지만, 그중 가장 높은 빈도가 피부 발진 등의 피부 질환, 그다음은 갑상선 기능 저하 혹은 항진증 같은 갑상선 문제와 설사 증상 같은 위장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그 외에 약제 연관성 폐렴이 올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무기력감부터 심한 호흡곤란까지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작용을 세밀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면역항암치료제로 치료받는 환자는 이러한 부작용을 잘 숙지해 그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면역 관련 부작용들은 대부분 조기에 발견되면 스테로이드와 같은 면역억제 치료로 회복이 잘 된다. 하지만 때로는 폐렴 등 그 증상이 심할 경우 인공호흡기 치료 및 중환자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드물게 사망까지 이른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정지윤 영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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