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월 사이 유실·유기되는 반려동물 특히 많아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구조된 검은색 믹스견 '검지(가명)'가 동물보호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주석 기자 |
"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
지난달 29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구조된 검은색 믹스견 '검지(가명)'는 주인에게 버림받았지만, 마음 편히 짖지도 못한다. 오래전 성대 수술로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안으로 배변 매트를 자주 뜯는 검지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검지의 동물보호등록 기록에 저장된 주인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지난 8일 대구 중구의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검지는 이날로써 보호 관찰 기간 10일이 경과한 상태였다. 새로운 입양자가 나타나거나 주인이 찾지 않는 경우 검지가 살 확률은 희박해진다. 법적으론 공고가 있는 날부터 10일이 지나면 소유주가 지자체장으로 위임되지만, 통상적으로 다시 동물보호소로 위탁된 뒤 입양되지 않으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처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날 동물보호센터에는 검지를 포함해 대구 중구·달성군에서 구조된 유기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어난 지 5일도 안 돼 눈도 제대로 못 뜬 새끼 고양이도 있었다.
이곳 관리자 임예림(23)씨는 "요즘 센터로 들어오는 개체 수가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건 한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맞먹는 책임감이 필요한데 다들 너무 쉽게 입양하고 유기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라며 "적어도 10~15년은 함께 동고동락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입양을 고려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조된 유실·유기 동물들이 대구의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주석 기자. |
이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된 동물들을 대체로 침울한 모습이었다. 검지와 같이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명절이나 휴가·방학철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올해 발표한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유기동물 총 11만8천273마리 중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 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4만4천806마리)이 전체의 37.9%에 육박한다. 방학과 추석이 겹치는 8월·9월에만 2만 1천 348마리의 유실·유기 동물이 구조됐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지난해 총 1만 3천831마리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했다. 대구의 유기동물 4천407마리 중에는 고양이의 비중이 62.5%로 높았으며, 경북은 9천424마리의 유기동물 중 개의 비중이 85.9%로 가장 높았다.
구조된 뒤 동물보호센터로 온 유기견의 모습. 오주석 기자. |
이렇게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중 절반 가량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통계에 따르면 자연사(25.8%)와 안락사(15.7%)하는 경우가 전체의 40%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동물등록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택·준주택에서 기르거나 그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는 가까운 구· 구청에 신고, 등록해야 한다.
최동학 대한수의사회 수석부회장은 "동물등록제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실제 등록 비율은 50%를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주인의 책임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처럼 반려동물을 입양 전 일정 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