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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스타벅스가 준 교훈

2022-09-19

[하프타임] 스타벅스가 준 교훈
박주희 문화부기자

2년 전 여름,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대란' 때다. 필자는 굿즈를 향한 물욕을, 기자로서 이슈가 되는 사회 현상을 몸소 체험해 봐야 한다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는 그 대란에 뛰어들었다.

제대로 정보 파악 없이 움직인 탓에 헛걸음을 하기도 했고, 새벽부터 스타벅스 매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며 '왜 이렇게 앉아 있는 거냐'는 질문에 멋쩍어하기도 했다. 한심하다는 듯한 따가운 눈총도 견뎌야 했다.

스타벅스 굿즈 이슈가 있을 때면 늘 그때가 회상된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그 대란의 현장에서 필자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혔던 장면도 떠오른다. 그 장면은 생각보다 오래 잔향을 남기고 있다.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가 하수구에 소독약 같은 걸 뿌리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레디백에 대한 소유욕에 길거리 바닥에 종이를 깔고 앉아 있던 필자에게는 생전 처음 본,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수구 냄새 왜 이렇게 나냐고 투덜거린 적이 많았는데, 새벽이슬을 맞으며 행하는 이분의 노고 덕에 그나마 하수구 냄새를 덜 맡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마저도 들었다.

몇 년 전 하버드대의 한국 유학생이 '내가 가진 재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한 졸업 연설도 이 오토바이 아저씨에 대한 감동과 결을 같이 한다. SNS를 통해 우연히 접한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우리의 재능은 사회적 협동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 유학생은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우리 몸에 영양을 주셨고,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우리가 논문을 쓸 때, 참고할 많은 지식과 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학교를 관리해 주는 분들은 우리가 다치지 않을 정도로 캠퍼스를 아름답게 관리해 주고 있다"면서 "우리 중, 그 누구도 혼자서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의 재능은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가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의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세상은 혼자의 힘으로 살 수 없고, 혼자의 힘으로 재능을 가질 수도 없다. 알게 그리고 모르게, 우리는 많은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재능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얻은 것이라 착각하며 살곤 한다.
박주희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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