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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의 산] 억산(億山 944m) 경남 밀양·경북 청도 경계...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정면엔 운문산, 뒤편엔 줄지어 선 영남알프스 연봉들

2022-09-30

[최원식의 산] 억산(億山 944m) 경남 밀양·경북 청도 경계...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정면엔 운문산, 뒤편엔 줄지어 선 영남알프스 연봉들
억산 정상 일대의 거대한 바위.

연이은 가을 태풍이 지나고 모처럼 맑은 하늘이다. 억산 들머리에 가까워지니 아침 안개가 피어올라 산허리에 걸려있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떠오른 안개는 뭉게뭉게 구름으로 변하고 있다. 가을 문턱이지만 이렇게 안개가 짙은 날은 무더울 징조다.

석골마을을 지나 석골사로 향하는 길은 경사진 오르막인 데다, 교행이 안 될 정도로 길이 좁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주차장에는 이미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차들로 가득 차 있다. 근래에 영남알프스 9봉 완주 붐이 일자 그에 속하는 산 아래의 풍경이다.

석골사 경내엔 꽃무릇이 화단 가득
극락전 앞에 서면 펼쳐지는 수리봉

석골사부터 들머리 같은 운문산·억산
'억산 1.8㎞' 이정표 지나서 능선길
하얗고 뽀얀 얼굴 '수정난풀' 눈길
소나무 군락지 만나며 경사 급해져



[최원식의 산] 억산(億山 944m) 경남 밀양·경북 청도 경계...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정면엔 운문산, 뒤편엔 줄지어 선 영남알프스 연봉들
석골사 뒤 수리봉이 우뚝하다.

주차장에서 50m 상류에 있는 석골폭포는 10여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 넓은 소가 형성되어있다. 폭포 아래에 잠시 내려섰다가 바로 위 석골사 경내를 둘러본다. 한창인 꽃무릇이 경내를 오르는 화단 가득 붉게 물들어있고, 극락전 앞에 서면 바위 봉우리인 수리봉 일대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석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통도사 말사. 신라 말 비허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 때 삼랑진 작관원 전투에서 패배한 밀양부사 박진과 의병을 모집한 손기양 등이 왜적과의 항전을 도모한 전적지이며, 인근 백성들의 피란처가 되기도 했단다. 극락전, 산신각, 요사채가 주변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험준한 산세 아래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가람이다. 석골사 뒷문으로 빠져나와 계곡을 따라 200m쯤 오르니 운문산 안내도와 나란히 '운문산 4.3㎞, 억산 3.3㎞'로 적은 이정표가 서 있다.

영남알프스 해발 1천m가 넘는 산 중에 두 번째로 높은 운문산(1195.1m)과 억산이 서로 붙어있고, 석골사에서부터 시작하는 들머리가 같기 때문에 대부분 산객은 운문산으로 향한다. 직진으로 오르면 운문산이고, 왼쪽 너덜지대로 난 길을 따르면 억산이다.

[최원식의 산] 억산(億山 944m) 경남 밀양·경북 청도 경계...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정면엔 운문산, 뒤편엔 줄지어 선 영남알프스 연봉들
정상 일대의 쑥부쟁이 군락.

바윗길인데 최근의 태풍 영향으로 길이 패고 잘려, 유심히 보아야 너덜 사이의 등산로가 보인다. 한참 동안 '돌 강'으로 불리는 암괴류 같은 길이다가, 골짜기를 만나는 지점 '억산 1.8㎞'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순탄한 길로 바뀐다. 지도에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과 오른쪽으로 틀어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표시되어있지만, 오른쪽 길은 태풍에 쓸렸는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계곡 옆으로 난 선명한 길로 오르니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데 윤기가 반질반질한 도토리가 바닥에 즐비하다.

20분쯤 오르니 '억산 1.8㎞' 이정표 지점에서 갈라진 길과 만나는 삼거리 능선이다. 참나무에 등산로 화살표가 붙어있고, 그 옆에 '밀양 억산-4'로 적은 구조 위치 표지가 세워져 있다. 등산로 바로 옆에 하얗게 피는 부생식물인 수정난풀이 수줍은 듯 뽀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소나무 군락지를 만나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최원식의 산] 억산(億山 944m) 경남 밀양·경북 청도 경계...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정면엔 운문산, 뒤편엔 줄지어 선 영남알프스 연봉들
산행 중에 만난 수정난풀.

15분쯤 오르니 거대한 바위 사이로 오르는 길인데, 길게 밧줄이 늘어져 있다. 밧줄 구간에 힘겹게 올라서니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는 바위 전망대다. 왼쪽 멀리는 운문산과 가지산 능선을 따라 영남알프스 산군이 늘어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북암산과 밀양 일대의 산들, 옹강산 등 청도의 산들이 실금을 그리고 있다. 전망바위에서 내려와 작은 안부를 지나니 다시 가풀막진 오르막이다. 15분쯤 올라서니 '북암산 3.1㎞, 억산 0.6㎞'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다.

왼쪽은 수리봉, 북암산에서 올라온 길이고 억산은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능선이기는 하지만, 평지와도 같은 오르내림이 없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사방이 숲에 둘러싸인 헬기장을 지나 6분 정도 지나니 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이다. 억산 정상부는 거대한 암벽이 둘로 갈라진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팔풍재 방향으로 절벽을 이루며 두 봉우리가 갈라져 있다. 지도의 표기에는 정상부 바위구간을 '깨진 바위'로 적어두었다.

정면에 운문산이 마주하고 있고, 그 뒤로 가지산의 어깨선이 살짝 보이고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들락거리며 늘어서 있다. 왼쪽 너머로 운문댐과 문복산, 옹강산 등 청도의 산들이 넘실거리며 굵은 산줄기가 올망졸망 늘어서 있다.

억산에 올라서니 보이는 산들. 그중에는 다음에 오를 대상지가 될 산도 있다. 산 위에 올라서서 다음에 올라볼 산을 점찍어두고, 그 산을 오르고 나면 또 다음 산이 보인다. 지도 위에 점을 하나를 찍고 그 중심으로 컴퍼스로 돌리듯 일대의 산들을 섭렵하듯 오르고 나면 또 다음지점에 점을 찍는다. 굵직굵직한 산세에 매료되어 집중해서 파고들게 만드는 청도의 산이 그렇고, 밀양 일대의 산이 그렇다.

'운문산 4.3㎞, 팔풍재 0.7㎞' 이정표 방향으로 나가면 절벽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인다. 정상 일대의 바위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내려가는 길인데, 너덜길인 데다 가파르다. 5분쯤 내려서니 절벽 아래에 길게 늘어선 철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 여기저기에 절벽에서 떨어진 낙석 더미가 쌓였다. 불안한 마음에 절벽 아래의 계단은 뜀걸음으로 통과한다. 운문산과 경계가 되는 팔풍재에 이르러서야 한숨 돌린다. 팔풍재에 '영남알프스 생태탐방로'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 있는데, 모두 청도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최원식의 산] 억산(億山 944m) 경남 밀양·경북 청도 경계...거대한 암벽 위의 억산 정상...정면엔 운문산, 뒤편엔 줄지어 선 영남알프스 연봉들

팔풍재에서 운문사 방향으로 내려가면 대비사를 지나 운문사로 이어지고, 석골사를 가려면 안내도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반대쪽 대비골로 내려서야 석골사 방향이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그재그로 20분쯤 내려서니 졸졸 물소리가 나는 계곡 시작점을 만난다. 하류로 내려서면서 좌우에서 작은 물줄기가 합쳐져 계곡이 깊어지고 수량도 많이 늘어나 폭포를 이룬 곳도 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길을 가로막고 있거나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야 하는 등산로가 물길에 쓸려 내려가 길을 찾아가며 내려선다. 울창한 수림으로 어느 곳에도 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원시림 같은 계곡이다. 여름에 피서객이 찾고도 남을 계곡인데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다. 한참을 내려서니 숲에서 빠져나온 듯 훤한 하늘이 보인다. 곧 운문산으로 갈라진 길과 만나 10분 정도면 오전에 올랐던 석골사다.

억산을 올랐다가 석골사까지 만난 산객은 일행을 제외하면 딱 두 명을 만났다. 운문산의 명성에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적은 산. 정상 일대에서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고, 숨은 비경의 계곡을 전세 낸 산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주차장에 닿으니, 오전에 빼곡하던 차들이 빠져나가고 텅텅 비어있다.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석골사 주차장-(10분)-운문산 갈림길 들머리-(50분)-능선 갈림길-(15분)-조망 바위-(15분)-북암산 갈림길-(20분)-억산 정상-(20분)-팔풍재-(60분)-운문산 갈림길-(10분)-석골사 주차장



억산은 운문산과 나란히 붙어 있는 산으로 운문산군립공원에 속해있다. 대부분 산객은 영남알프스 아홉 산에 속하는 운문산만 오르고, 종주산행 이외에는 억산만 오르는 산객은 손에 꼽을 정도다. 바윗덩이로 이루어진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트여 조망이 일품이고, 팔풍재에서 석골사까지 이어지는 계곡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시림 그 자체다.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약 7㎞ 남짓이지만, 경사가 심해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를 빠져나와 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를 따라 약 20㎞를 가면 원서교차로가 나온다. 교차로에서 원서리 방향으로 내려 좌회전으로 지하차도를 통과하면 바로 원서리 석골마을이고, 마을 앞길을 따라 약 1㎞를 가면 석골사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주소

경남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산 2(석골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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