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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
백 년 전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근년에 들어와서는 자료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며 구술기록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물을 아카이빙하는 단체와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간혹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사료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로 인해 폐기되거나 사장되는 기록 또한 부지기수라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일본어로 기록된 자료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대구의 근대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햇수로 10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의 근대사, 특히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연구 자료는 상당 부분 공백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 지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서는 늘 일본을 경유해야 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런데 몇 해 전 대구근대사 연구모임의 회원이 우연히 대구의 고서점에서 발견한 일제강점기 지역사 자료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북'이라는 제목의 잡지이다. 2012년 겨울쯤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연구모임의 스터디 자료를 찾다가 이 잡지의 존재를 발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필자도 잡지를 구입할 때 동행했었는데, 제목만 들어도 너무 궁금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경북대 동문 근처 고서점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당시 구입한 책을 싣기 위해 서점 근처에 주차를 한 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장에 다녀온 일행이 마침 서점에 같은 책을 구입하러 온 분이 있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우리가 입수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던 일이 떠오른다.
거금을 투자해 그렇게 구입한 잡지는 지난 10년간 연구모임 회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었을 뿐, 지금껏 일반 대중에게 소개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잡지의 창간호와 제2호가 번역되어 조만간 일반인도 경북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 잡지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경상북도 도정기록 역사 콘텐츠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 잡지의 성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경북도 근대 시기의 도정자료로서 일종의 공보잡지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백 년 전인 1922년 9월에 창간되어 월간지 형태로 1925년 3월까지 대략 2년6개월간 발행되었다. 발행 주체는 당시 대구부(大邱府) 상정(上町), 즉 지금의 포정동에 있었던 경북도청의 경북연구회(慶北硏究會)이다. 회원은 경북도 관내 관공리들과 연구회의 취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주축이다. 연구회의 기관지라 할 수 있는 이 잡지를 통해 당시의 시정 방침, 지방행정, 기타 제반 상황을 회원 상호 간에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1920년대 식민지 지배정책과 맞물린 지방행정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간행한 잡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연구에 있어서는 귀중한 기초 자료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잡지는 도정 자료로서의 간행 목적 이외에도 전문 편집인을 고용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문학, 외국 소식 등 당시의 다양한 사회문화 정보를 수록하고 있어 종합잡지로서의 성격도 강하다. 당시 경북지역의 도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도 파악할 수 있어 사료적으로도 굉장히 가치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도정자료를 번역해서 공유, 확산하는 작업은 경북도 근대 도정과 도민의 삶의 결락된 역사를 기록을 통해 복원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공백 상태로 남아있던 지역사의 한 부분이 이러한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귀중한 지역사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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