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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찾기...리안갤러리 'Color of the Times'展 29일까지

2022-10-05
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찾기...리안갤러리 Color of the Times展 29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Color of the Times' 전시 전경으로, 전시장 2층에 걸린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 작. <리안갤러리 제공>


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찾기...리안갤러리 Color of the Times展 29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Color of the Times' 전시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찾기...리안갤러리 Color of the Times展 29일까지
코넬리우스 아너 'Just Us'. 리안갤러리 제공


흑인의 모습이 갤러리를 꽉 채우고 있다. 특히 흑인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 많다. 색감과 인물 표현 방식, 독특한 소재 등 구석구석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가 가득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3~4년 전부터 세계 미술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흑인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브라질, 가나, 나이지리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11명의 흑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총집합시켰다.

참여 작가는 아난 아포티, 콜린스 오비지아쿠, 코넬리우스 아너, 체즈 게스트, 드마르코 모스비, 린든 제이 바로이스, 모니카 이케구, 레지날드 암스트롱,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 우마 라시드, 제 팔리토 등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들의 회화, 조각, 설치 등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바로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Color of the Times'展이다. 대구의 갤러리에서 흑인 작가들의 작품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전시"라면서 "작품 섭외, 운송 등 힘이 많이 들어서 다시는 이런 전시를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어는 '흑인 정체성'이다. 작가들이 예리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 느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와 인종 차별 등에 대한 주제를 캔버스를 통해 펼쳐 보여준다.

아난 아포티, 콜린스 오비지아쿠, 모니카 이케구,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 제 팔리토는 종이나 캔버스에 생동감이 넘치는 초상화를 묘사해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들은 종종 친구·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그리거나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그들의 피부 톤, 색상, 질감, 표정, 제스처 등이 고스란히 표현된 작품은 작가의 가정과 주변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듯해 궁금증을 자극한다.

아난 아포티는 붉은 빛의 눈과 푸른 빛을 띠는 피부 묘사가 특징이고, 콜린스 오비지아쿠는 마치 등고선과 같이 표현된 피부 표면 구현이 인상적이다. 모니카 이케구는 고유한 동작을 취한 흑인 인물화를 재현하고 있고, 제 팔리토는 생동감 있는 색상과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작품에 드러내 보인다.

특히 가나 출신으로 최근 주목받는 작가인 서지 아투크웨이 클로티의 경우 전시장 2층에 그의 작품을 단독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그의 전시작 중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플라스틱 갤런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가나에서 물통으로 사용한다는 '노란색 플라스틱 갤런'을 작게 자른 뒤 철사로 엮은 작업으로, 물이 부족한 가나의 삶의 단면을 고발하면서 물 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
그의 '덕 테이프 초상화' 시리즈 작업도 무척 독특하고 기발하다. 자세히 봐야 하는데, 코르크 보드에 유화 물감과 목탄으로 색칠을 하고 다채로운 패턴이 프린트된 덕 테이프를 붙여 완성했다.

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찾기...리안갤러리 Color of the Times展 29일까지
린든 제이 바로이스 작. <리안갤러리 제공>


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찾기...리안갤러리 Color of the Times展 29일까지
린든 제이 바로이스(왼쪽)와 전시 기획자 이후정 독립 큐레이터.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린든 제이 바로이스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서울 시스타스'라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올림픽 챔피언 재키 조이너 커시와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참여한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에 대한 오마주다. 그들이 공동으로 획득한 5개의 금메달을 LP판을 이용해 오륜기 모양으로 표현했고, 그 위에 껌 포장지를 접어 만든 3㎝ 미만의 미니어처 인물상들을 생동감 있게 배치했다. 그는 11세부터 버려진 껌 포장지를 활용해 조각품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독창적인 예술가다.

이외에도 △가족·문화로 엮인 공동체 및 일상생활의 친숙한 장면을 시각화한 '레지날드 암스트롱' △선조들이 찍은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코넬리우스 아너' △인권에 대한 신랄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체즈 게스트' △삶의 복잡한 역경을 관찰하고 상처와 고통 및 사회 속의 개인으로서 겪는 진통을 담아낸 '드마르코 모스비' △식민지 시대의 승자가 써 내려간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들려주는 '우마 라시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 기획자인 이후정 독립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작가들 각자의 자아 성찰과 예술적 표현을 전달한다"면서 "전시작은 인물화부터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매체와 작업 방식 등은 다르지만, 흑인들의 정체성을 예술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차별과 불평등으로 억눌려 있던 흑인들의 자아 찾기를 위한 외침으로, 조용하지만 세차게 전시장 안팎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전시는 10월29일까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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