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004010000375

영남일보TV

[수요칼럼] 소소한 일상 찾기

2022-10-05

평범한 일상은 제쳐두고

이념 치중하면 삶 피폐해져

우리 사회 정치과잉은 문제

개개인 삶에 주의 기울여야

정치인도 생활개선에 관심

[수요칼럼] 소소한 일상 찾기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서양인과 한국인 남자 가장 사이의 대화이다. 서양인이 묻는다. "한국에서는 가정생활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분담하나요?" 한국인 가장이 답한다. "예 대개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항은 부인이 결정하고 중요한 사항은 남편의 소관이지요." "그러면 집을 산다든가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 하겠군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처가 정합니다." "아, 그러시면 아이들 진학문제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 몫이군요." "아닙니다. 그런 것들도 마누라가 합니다." "아니 그러면 당신은 무엇을 합니까." "예 제가 관심을 가지는 사항은 그러한 일보다는 나라의 장래를 결정할 선거라든가 남북문제 내지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과 같은 것들입니다."

일상의 가정생활에서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한국 남성은 어릴 때부터 자질구레한 일상은 아내에게 맡겨두고 주로 바깥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걱정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임무라고 가르침을 받았다. 이 기준에서 보면 대구경북은 타 지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고 견해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이나 행복은 결코 거대담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부대끼는 사소한 일상의 연속선상에 있다. 평범한 일상은 제쳐두고 거대담론이나 이념에 치중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리공담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실생활에서 멀어지고 교조화되면서 이념과 이론투쟁은 기성을 부린 반면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 간 것이 그 예이다.

우리 사회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존엄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그 바탕이다. 나를 위해 사회와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며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사회는 자기 일은 팽개쳐둔 채 세상일에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고 자기 삶에 충실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발전해 왔다. 각자가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공동체는 저절로 잘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기와 가정의 행복 그리고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경영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칭찬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 관한 냉소와 무관심은 자칫 나쁜 정치인에게 우리 삶을 맡기게 만든다. 그러나 지나친 관심과 정치과잉 또한 문제이다. 현실을 떠나 명분론에 사로잡히면 거창한 구호를 앞세워 백성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인에게 이용당하기에 알맞다. 오히려 개인이 자기 삶에 더 관심을 가져야만 정치인도 이념정치 대신 생활개선 정치의 장으로 나올 것이다.

물론 개인의 삶을 뒤로하고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선열과 애국지사들이 있다. 우리가 이들을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위대한 자기희생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자칫 이러한 분들의 깊은 뜻은 헤아리지 못하고 흉내만 내다가는 머리에 띠 두르고 거리로 몰려다니거나 소주잔 기울이며 유튜브 내용을 안주 삼아 핏대만 올리게 된다. 개인의 삶이란 매일 매일의 사소한 일상을 적분한 것이며 우리 사회의 행복이나 발전은 결국 개개인의 행복과 발전의 총합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상의 사소함에서 보람을 찾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