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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산과 숲과 나무

2022-10-07

[정만진의 문학 향기] 산과 숲과 나무

1849년 10월7일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세상을 떠났다. 검은 고양이라면 흔히 이탈리아 동요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네로~ 그대는 귀여운 나의 검은 고양이♬"를 떠올리겠지만, 문학 애호가들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가 먼저 연상될 것이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는 포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뛰어난 단편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타계하기 6년 전에 발표했는데, 제목의 black이 상징하듯 인간의 분노, 악함, 광기 등 어두운 내면세계를 파헤친 작품이다.

소설은 내일 사형 집행으로 삶의 마지막 날을 맞는 죄수 '나'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증언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나는 유순해서 동물 돌보는 일을 좋아했다. 결혼으로 만난 아내도 정이 많아 동물 보살피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내가 차차 술을 즐기면서 포악한 성질을 드러내게 되자 모든 것이 변했다. 만취한 나는 집에서 기르는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한쪽 눈을 도려낸다. 그러고도 모자라 며칠 뒤에는 플루토를 나무에 매달아 교살한다. 그날 밤 집에 큰 화재가 발생해 나는 전 재산을 몽땅 잃어버린다.

플루토와 외눈박이까지 닮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주변을 배회한다. 아내는 이를 거둬 애지중지 돌본다. 나는 그 고양이가 어쩐지 싫어 멀리한다. 화재 후 어려워진 경제 탓에 나는 더욱 술에 의지하고, 대취해 아내에게 폭행까지 휘두른다.

어느 날 우발적으로 아내를 죽인 나는 시신을 지하실 내벽과 외벽 사이에 넣고 벽을 새로 발라 범행을 감춘다. 며칠 후 경관들이 와서 집을 수색한다. 경관들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돌아가려 할 때 나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지하실 벽을 두들긴다.

그러자 벽에서 기괴한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나온다. 수상히 여긴 경관들이 벽을 허물어 아내의 시체를 찾아낸다. 산 채로 함께 묻혔던 두 번째 검은 고양이도 발견한다.

포는, 범죄자는 온전한 정신을 무너뜨리는 광기의 발동으로 결국 자멸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검은 고양이'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취중 범법자에게 까닭 없이 온정적인 우리나라 법조 종사자들이 꼭 읽어야 할 사회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제를 '금주'로 축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산에 가서 숲만 보고, 숲에 들어서는 나무만 보는 꼴이다. 산에서는 산과 숲과 나무를 모두 보아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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