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동안 자외선이 피부암 주범이라며 외면
최근 과학적 연구가 태양의 불명예 누명 벗겨
자외선 약한 고위도일수록 피부암 훨씬 증가
자연 생태시스템·인체 바이오리듬 역행 말고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지내며 건강 챙기자
실내 냉방 온도 높여 탄소배출량 감축 일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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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여름답게 겨울을 겨울답게, 나를 살리고 지구도 살린다
대자연의 순리는 아주 정교하면서도 도도하게 순행한다. 떠들지 않고 조용히 흘러가지만 저항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세월 따라 철 따라 흘러가는 지구의 생산시스템도, 춘하추동으로 돌아가는 추위도 더위도, 밤낮으로 돌아가는 밝음도 어두움도 같이 흘러가면 쉽고 편하지만 괜한 객기로 덤벼 거슬러 역행하면 자기만 다치고 손해 볼 뿐이다. 겨울에는 겨울 따라 추위와 더불어 살고 여름에는 여름 따라 더위와 더불어 살면 좋다. 낮에는 태양을 따라 밝음 아래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달을 따라 어두운 조명과 더불어 쉼을 얻으며 피로를 풀고 내일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면 또 고생이다.
그런데 이 대자연의 수많은 생명체에게 건강과 번식의 순환을 영속하게 하는 위대한 힘은 다름 아닌 태양에너지로부터 온 것이다. 지상이나 지하나 바닷속 동식물까지 이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비롯된다. 광합성에서부터 비롯되는 식물의 생장과 열매 등이 없었다면 태양 빛을 직접 필요로 하지 않는 땅속 또는 깊은 바닷속 생물이라 할지라도 저들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결국은 멸종되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지구상 생명체의 존재와 번식과 순환은 태양에너지에 의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1억5천만㎞의 거리를 두고서 외부 온도가 160만℃로 지구보다 덩치가 144만 배나 되는 엄청난 불덩어리가 전혀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지구의 생명체들을 향해 방사하고 있다. 최고품질의 무공해 에너지이면서도 완전 공짜인 이 천연에너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는가는 각 사람의 몫이다. 날마다 가까이 접하고 즐길 수도 있고, 멀리하고 피하며 살 수도 있다.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시간의 90%를 실내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잘산다는 대부분 국가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고의 천연치료제 햇빛
한동안 태양은 자외선을 보내어 피부암을 일으키거나 인체에 해를 준다는 누명 때문에 특히 문명국 사람으로부터 외면을 많이 받기도 했다.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가 간혹 실외로 나올 때는 선글라스에다가 자외선 차단제로 피부를 도배하는 것은 거의 일반 상식이 될 정도이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의 결과는 태양의 누명을 벗겨주고 있다. 저위도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자외선 강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그런데 다발성경화증이나 각종 피부암은 저위도 지방에서는 발생이 극히 낮지만, 자외선이 약한 고위도 지역일수록, 또한 극지방으로 갈수록 오히려 훨씬 증가하더라는 것이다. 고든 아인슬레이는 규칙적으로 적당히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미국에서 암 사망자 수가 3만명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미국 암학회 공식 학회지 '캔서'(Cancer)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에서는 13가지 암 발병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데 남서부 지역에 비해 암 사망률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영국의 헬렌 쇼 연구팀은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실외에서 일하는 사람에 비해 치명적인 암에 걸리는 빈도가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에서 수행된 연구는 자외선에 노출된 채로 일하는 노동자가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50% 감소한다고 밝혔다.
인류에게 자연이 제공한 최고의 치료제를 회피하는 결과는 여러 가지 육체적 질환의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신분열증,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의 문제와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박차고 실외로 나가 일단 태양을 만나고 볼 일이다. 최고의 치료제인 햇빛 복용은 165가지 질병을 치료하고 또 어떤 사람은 400여 가지 질병 치료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결국 햇빛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궁극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치료에 효율성을 배가하는 이상적인 최고의 치료제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여름에는 여름 태양, 겨울에는 겨울 태양을
그런데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최적의 생명에너지를 제공하는 태양 빛의 공급시스템에는 한 가지 중요한 특이점이 있다. 태양 빛은 연간 똑같은 강도로 제공하지 않고 시간의 주기적 변화를 따라 그 에너지의 양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하면서 아주 정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든 동식물은 더움을 받아야 할 때는 받아야 하고 추움을 받아야 할 때는 또 그것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여름 태양도 받아야 하고 겨울 태양도 받아야 한다. 덥다고 더움을 피해버리고 춥다고 추움을 피한다면 작물도 평소에는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 같아도 가을의 열매는 기대할 수가 없다. 우리 인간도 이 자연계의 경영원칙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여름빛을 피하여 냉방 속에서 지내고, 겨울빛을 피하여 난방 속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은 시퍼런 청년 시절에는 잘 모른다. 그러나 40대를 넘어가는 황숙기가 오면 신체의 이곳저곳에서 알곡이 생겼는지 쭉정이 허당인지 결과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겨울에는 잔뜩 방을 데워 러닝셔츠를 입고도 지낼 정도로 해서 살고, 여름에는 잔뜩 방을 식혀서 러닝셔츠를 입고는 도무지 지낼 수 없을 정도로 해놓고 생활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연의 생태시스템에도 거역이고 인체의 바이오시스템과도 역행이다. 여름에는 여름 태양을 맞이하면서 '아이고 덥네'라는 소리가 입에서 한 번씩 나와야 한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내의가 흠뻑 젖는 더위를 만끽해 봐야 한다. 겨울에는 따뜻한 옷으로 무장하고서 계산된 약 에너지의 태양을 받으면서, 날마다 한 번쯤은 볼이 빨개지면서 '아이고 춥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추위를 맛보아야 한다.
◆적절한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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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여름답게 하는 냉방 온도,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난방온도, 그게 나를 살리고 지구도 살린다. 건물의 난방과 냉방으로 인한 탄소배출은 지구 전체의 탄소배출의 15%를 차지한다. 전 세계 20억개의 에어컨이 윙윙대면서 실내로는 찬 공기를 공급하면서도 대기 중으로는 더운 열기를 방출하고 있다. 탄소배출로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열기 방출로도 기후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89%의 가정이 에어컨을 사용하는 미국은 전체 전기사용량의 6%를 사용하면서 연간 1억1천700만t의 탄소를 배출한다. 한국도 가정용 에어컨의 보급률이 85%를 넘었으니 만만치 않은 수준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는 에너지 대란이 일어났다. 유럽과 일본 등 대부분 국가는 공공시설에서의 냉방 온도를 26~28℃, 겨울 난방온도를 17~20℃ 정도로 제한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의 실내온도는 아무도 간섭할 수가 없다. 스스로 판단하고 통제할 뿐이다. 만약 모든 가정에서 지금까지 사용한 에어컨 설정 온도보다 실내온도와의 격차에서 절반만 설정 온도를 높게 가동한다면 그리고 겨울 난방온도를 지금까지 설정한 난방온도보다 실내온도와의 격차에서 절반만 온도를 낮게 가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간 글로벌 전체 탄소배출량의 7·5%를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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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
그런데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현재와 같은 생활방식으로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겨울에 내복만 입어도 2~3℃의 온도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도 한다.
한 가지 변화의 조건이 요구된다. 여름에는 여름 태양으로 겨울에는 겨울 태양으로, 하루에 한 시간만 친근하게 지내다 보면 실내에 들어왔을 때 여름의 냉방 온도가 상당히 시원하다고 느낄 것이며, 겨울의 난방온도가 상당히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 몸도 더욱 튼튼해질 것이며 에너지난으로 이번 겨울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도 유가하락 효과로 간접적인 온기를 전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인류의 공생과 공영에 이바지하려는 존엄한 의도까지 갖지 않아도 좋다. 내 몸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만 한다 해도 충분히 내 몸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데도 기여할 수가 있을 것이다.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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