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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사랑하는 누군가'(페르닐레 크리스텐센 감독·2014·덴마크)

2022-10-07

북유럽 영화의 또 다른 매력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사랑하는 누군가(페르닐레 크리스텐센 감독·2014·덴마크)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사랑하는 누군가(페르닐레 크리스텐센 감독·2014·덴마크)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조금 난감하다.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소위 '인생영화'라 할 만한 것은 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나 '굿 윌 헌팅', 또는 '아티스트'나 채플린의 영화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들, 삶의 어느 지점에서 죽비처럼 마음의 어느 지점을 내리쳤던 영화들이다. 유럽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영국이나 프랑스 영화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덴마크 영화를 제법 많이 봤고 또 좋아했다는 걸 알았다.

덴마크·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를 합해 '스칸디나비아 영화'라고 불리는 북유럽 영화들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영화 시장은 크지 않지만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교류가 활발하다고 한다. 스웨덴은 잉마르 베리만 감독과 잉그리드 버그만을 탄생시킨 나라지만, 덴마크에도 명감독과 명배우가 많다. '바베트의 만찬' '정복자 펠레' '브레이킹 더 웨이브' '로얄 어페어' '인 어 베러월드' '더 헌트' 등등 명작들이 너무나 많다. 2021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던 '어나더 라운드' 역시 덴마크 영화다. 볼 영화가 마땅찮을 때 세계 각 나라의 다양한 영화들로 눈을 돌리면 선택지가 풍부해져서 좋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던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감독이 연출한 '사랑하는 누군가'는 음악영화다. 북유럽의 풍광과 분위기에 한껏 취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따뜻한 영화다. 인기 절정의 뮤지션이지만, 내면은 고독하고 까칠한 토마스가 딸과 손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웨덴 출신의 배우 미카엘 페르스브란트의 중후한 연기와 노래가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덴마크 국민배우 트린 디어홈의 모습도 반갑다. 배경을 장식하는 덴마크의 풍경과 언어가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어느 매체는 "묵직한 연기에서 울리는 뜨거운 울림"이란 찬사를 보냈다. 제64회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 초청작이다.

이 영화는 시작과 끝이 같다. 하나의 장면이지만 수많은 일들을 거쳤기에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술과 이혼, 마약이 없었다면 그토록 슬픈 사랑 노래를 쓸 수 있었을까요?"라는 인터뷰 질문처럼, 토마스의 삶은 어둡고 우울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한없이 고독했던 그의 삶을 건드린 건 관계였고, 혈육이었다. 시작과 끝에 달라진 게 있다면, 그를 바라보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는 것. 그의 노래 가사처럼 "어디로 가는지, 한없이 어디로 가라앉는지" 모르던 그가 이제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노래한다. 자유로운 떠돌이길 갈망하던 그가 기꺼이 관계의 끈에 자신을 묶게 되는 것이다. 나이만 들었지 철부지이던 애어른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는 말이 명언임을 깊이 새기게 된다.

"네게 줄 수 있는 건 마음을 담아 부르는 이 노래뿐"이라며, 환하게 미소짓는 엔딩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삶의 완성이고 노래의 완성일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보면 더 좋을 영화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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