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009010000972

영남일보TV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알제리의 적폐

2022-10-10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알제리의 적폐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군부가 이 나라를 통치하지만 권력이 누구 손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뇌졸중을 앓던 전 대통령은 몇 년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도 희한하게 '초상화 통치'가 이뤄졌다. 2019년 시위가 심해지자 군부는 대통령을 갈아치우고 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권력이 누구 손에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적폐만 만연해 있다. 그 나라 지도층은 외국문화, 정치개혁, 심지어는 그들 역사까지도 외면한다. 모로코와는 국경을 봉쇄해놓았고 튀니지와는 2년 이상 왕래를 중단하였다. 엄청난 매장량의 천연가스와 석유로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오지만 소수 권력자들은 그 돈을 프랑스의 개인 부동산에 묻어둔다. 국민은 어떤가. 한 여성은 식당 계산대에서 1주일에 6일, 하루에 12시간 일하여 월 400달러를 번다. 청년들에겐 희망이 없다. 유일한 희망은 불법으로라도 지중해를 건너는 것뿐인데 2014년 이후로 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만7천명에 달한다. 이 나라가 한 세기 이상 프랑스 식민지로 있었기에 이 나라와 프랑스는 서로에 대한 상처가 깊다. 최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이 나라를 방문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가 태어나서 교육받은 곳이 이 나라이다. '페스트'의 배경이 된 곳은 제2의 도시 오랑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잠시 여기로 피신해 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는데 그때의 경험이 이 소설에 녹아 있다. 그의 위대한 문학적 자취를 쫓을 문학순례자들이 줄을 이을 만하지만 그의 자취는 찾을 길 없다. 카뮈를 까맣게 지워버리는 것, 이것도 문화적 적폐라 할 수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