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012010001358

영남일보TV

극장서 내려온 영화들 OTT로 곧장 달려간다

2022-10-13

영화산업과 OTT 플랫폼의 협업
최근 텐트폴 영화들 이례적 유통 행보
기존 IPTV·인터넷 VOD서비스 생략
수익 창구 전환해 리스크 낮추는 시도
플랫폼서 투자해 독점공개 계약 맺기도
제작사 입장에선 수입원 보장 안전망

2022101201000338000013581

국내 신작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개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급감하자 발 빠르게 수익 창구를 안방으로 전환해 손해를 줄이려는 시도다. 2020년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배급 방식을 선회한 '사냥의 시간'이 신호탄이 됐다. 이후 '자산어보' '해적: 도깨비 깃발'처럼 '홀드백'(개봉 뒤 온라인 공개까지 걸리는 최소기간) 기간을 단축하거나, '승리호' '낙원의 밤'처럼 홀드백을 거치지 않고 바로 OTT 독점 공개로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변화다.

◆콘텐츠 유통 과정 변화 국면

국내 OTT 쿠팡플레이는 올여름에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과 '비상선언'을 독점 공개했다. 텐트폴 영화 두 편이 기존의 유통 과정인 IPTV와 인터넷 VOD 서비스를 생략하고 곧바로 OTT행을 택한 건 이례적이다. 수익 창구를 전환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이 같은 시도는 성장세가 뚜렷한 OTT 플랫폼의 힘을 방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산'의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쿠팡이 '한산'의 부분 투자사로 참여하는 대신 극장 개봉에 이어 독점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며 "투자금액 확보와 대작 개봉에 따른 흥행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비상선언'의 경우도 비슷하다. 순제작비 260억원을 투입한 '비상선언'은 손익분기점(520만명)을 크게 밑돈 누적 관객수(205만명)로 부가판권을 통한 수익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쿠팡플레이는 다양한 라인업이 필요했던 만큼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이 바둑의 전설로 출연한 영화 '승부'도 얼마 전 OTT 행을 택해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넷플릭스가 영화의 완성도와 이병헌·유아인 카드에 주목해 이 같은 계약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범죄도시2'의 천만 관객 동원 이후 국내 극장산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자연스레 OTT 플랫폼과의 협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홀드백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OTT가 제작사의 수입원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사인을 준 셈이다. 지난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런 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OTT 콘텐츠가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총 9편이 상영되는 등 OTT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향후에는 OTT 플랫폼이 영화제를 구성하는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22101201000338000013582

◆신작 부족 미국 극장가, 넷플릭스 영화도 환영

한국 극장산업이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가 관객을 견인하고 관객이 또 다른 신작 개봉을 이끄는 선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좀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미국 박스오피스 수익이 2019년 이맘때의 약 7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극장의 더딘 회복세는 실질적인 경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전역에 500개 이상의 극장을 소유한 세계 2위 영화관 체인 씨네월드는 9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로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극장은 영화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었고, 극장 개봉이 예정된 영화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기도 했다. 한편으론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영화가 극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할리우드에서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드는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넷플릭스도 최근 극장 흥행 수익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구독자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부분 광고를 도입하고 이용자 간 암호 공유에 추가 요금을 매기는 등의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작품의 인지도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서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고려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극장 독점 개봉이 넷플릭스에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극장 개봉 일정을 소화하는 데엔 막대한 마케팅·홍보 비용이 소요된다. 텐트폴 영화의 경우 미국에서만 최소 5천만달러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굳이 극장 개봉만을 위해 이 비용을 투자할지는 의문이다.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하지 못하는 상황도 넷플릭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봉 당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된 후에도 높은 조회 수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22년 현재까지 개봉된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은 '탑 건: 매버릭'이다. 하반기에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아바타: 물의 길'이 각각 11월과 12월 개봉한다. 동시에 팬데믹 기간 개봉을 못 해온 한국영화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기대작이었던 '승부'의 OTT 행에서 보듯 여전히 개봉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영웅' 만이 12월 개봉을 확정 지었을 뿐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극장에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 영화사나 투자배급사들이 영화를 어떤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지 좀 더 치밀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OTT와의 협업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