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저성장 직면
부동산 거품 붕괴도 큰 위험
복합적 경제 위기 우려에도
정쟁에만 골몰하는 정치권
더 큰 위기 불러올 수도 있어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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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다양한 경제적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나타나는 대규모 경제 위기를 말한다. 퍼펙트 스톰은 자산거품 붕괴를 가져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일본에서 보듯이 거품 붕괴는 경제를 깊고, 넓고, 긴 침체의 늪으로 빠뜨리고, 저소득 계층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준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지난 몇 년간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남발했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었다. 이로 인한 유동성 과잉이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공급망 위기 및 원자재 가격 폭등과 겹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미국 연준은 8% 전후에 달하는 물가를 잡겠다면서,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세 차례나 단행하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였다.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연준은 3.5%인 현재의 기준금리를 4.5~5%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갖고 있고 기축통화국이므로, 한국에 비하여 다양하고 강력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에 의한 달러 강세로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한국은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은 수출입의존도가 무려 84%에 달하고, 특히 에너지 및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런 경제구조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가중되고, 기업 채산성과 무역수지도 동시에 악화된다. 환율상승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주식시장 및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출현상은 심화되고 이는 다시 환율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물론 환율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5%에서 불과 1년2개월 만에 3.0%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4.5%로 올리면, 한국도 최소한 3.5% 이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투자와 소비 감소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산거품 붕괴의 위험이다. 올 2분기 말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4.6%로 세계 1위이고, 주택 담보 대출 비중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을 제약하는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었고, 이런 정책이 저금리 시장에서 기대가격을 높이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자극하여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 주택 매입자는 보통 최소한의 자기 돈으로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담보로 집을 구매한다. 전세도 대출금도 모두 부채인데 매입 당시에 비하여 금리가 2배 이상 상승하면 손해를 보고도 집을 파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집값은 하락하고, 이런 현상이 확산되면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
올 2분기 말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도 116.6%에 달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장기업 가운데 매출액의 50% 이상을 수출하는 수출기업 비중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수출기업의 당기순이익은 14.5% 급감하였고, 수출기업 중 한계기업의 평균 부채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퍼펙트 스톰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신냉전 질서 형성과 북핵 위기 고조로 국가 안보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아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이 엄중한 시기에 정치권은 연일 친일 프레임 전쟁과 이전투구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이것이 더 큰 위기를 부른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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