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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2022-11-07

[취재수첩]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어떤 대형 참사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족을 위로하면서 건네는 이 말이 문득 떠올랐다. 위안이 되고 마음이 놓이는 말이지만, 곱씹다 보니 모두가 피해자 편은 아니라는 의미인 것 같기도 했다. 왜 우리 사회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도 힘든 피해자에게 그 책임까지 전가하고, 죄책감을 심으려 하는 걸까.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 오전 7시,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를 좋아하는 그 애가 어제 그 현장에 있었던 건 아닐까….' "괜찮다"라는 답장이 올 때까지 전전긍긍했다. 친구는 새벽부터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과 지인들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했다. 본인 역시 같이 사는 남동생이 그날따라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 가슴을 졸인 통에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날 많은 시민의 모습이 비슷했을 것이다. 대구에서만 '서울에 거주하는 가족·지인이 연락이 안 된다' 등의 신고가 수십 건 잇따랐다. 누구나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월드컵 거리 응원, 새해 타종행사처럼 말이다.

그러나 점점 온·오프라인 상으로 희생자를 비하하는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철없는 어린애들이 정체불명의 외국 축제에 몰려다니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정부 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도 그렇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에서 어떤 정책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며, 지원금 지급에 찬반양론이 있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스스로 유흥을 즐기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 아니냐'는 식의 공격을 가하는 것은 2차 가해임이 분명함에도 가감 없는 의견 표출이 이뤄지고 있다.

책임을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정부의 자세는 이런 반응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태원도, 같은 날 역시나 핼러윈 분위기로 흥겨웠던 대구 동성로도 금기의 구역이 아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156명이 돌연 목숨을 잃은 이 일은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참사'였다.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에서도 언제든 죽음 앞에 내몰릴 수 있고, 그 위험을 개개인이 모두 대비하고 수습해야 하는 것이라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참사로 대구에서도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2명의 청춘이 세상을 떠났다. 목숨을 부지했지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을 지역 연고자들도 있을 테다. 반쪽짜리 말이지만, 그들에게 이번에도 이렇게 전하고 싶다. "하필 그날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었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서민지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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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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