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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오전 11시11분 대구 수성구 범어1동 동도초등 인근 노거수나무에서 동제(洞祭)가 열리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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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오전 11시11분 대구 수성구 범어1동 주민들이 노거수나무에서 열리는 동제(洞祭)를 지켜고며 마을을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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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열린 대구 수성구 범어1동 노거수 동제에서 축관 류정길 효산요양원장이 축문을 촛불에 태우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회 제공> |
대구 수성구 범어1동 동도초등 정문 인근에 참느릅나무 두 그루가 150여 년째 서 있다. 긴 세월을 지나면서 동네의 모습이 크게 바뀌면서 노거수들 옆으로 학교와 보행로, 차로가 생겼지만 노거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록 나무의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차로와 보행로는 울퉁불퉁 좁아졌을지라도, 주민들은 이 나무들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긴다.
지난 11월11일 11시11분, 노거수를 기리는 동제(洞祭)가 이 곳에서 열렸다.
동제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에게 공동으로 제의를 지내는 마을의 번영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다. 이날의 제례는 노거수에 범어1동 주민의 건강과 좋은 기운을 가져다줄 것을 바라고, 동도초등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기원하는 취지로 열렸다. 동제에는 류정길 효산요양원장, 전영태 대구 수성구의회 의장, 성웅경 수성구 부구청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주민과 동도초등 학생 등이 참석했다.
노거수 둘레에는 새끼줄을 꼬아 만든 금줄이 쳐졌고, 나무 앞에는 각종 과일과 대추, 밤, 떡, 술 등으로 꾸려진 제사상이 놓였다. 주민들은 노거수 주변을 둘러싼 채 경건하게 예를 갖췄다.
제례복을 차려입은 축관(祝官) 류정길 효산요양원장은 "150년 우리 범어1동 마을의 신령한 수호신으로 자리한 참느릅나무에게 오늘 제를 올린다"면서 "생로병사·희로애락을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뿌리만큼 크고 깊은 사랑을 서로 주고받았다. 이제는 그 신령함이 더해 앞으로 200년, 300년 영원무궁토록 우리 범어1동과 함께해 달라"며 축문을 올렸다. 전영태 수성구의회 의장은 "오늘 행사는 조상의 마음을 헤아릴 기회이기도 하다. 범어1동의 발전과 안녕을 위하는 계기,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축전을 보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거수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묵묵히 범어1동 주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바람을 막아주며 소중한 휴식공간이 돼 왔다"며 "한 그루의 나무이기 전에 범어1동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상징이기도 하다. 향토 문화 전통을 계승해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동제가 앞으로도 이어지고, 잘 가꾸어 천년을 잇는 건강한 노거수로 우리 곁에 남아주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모든 주민이 노거수를 바라보면서 인사하고 축문을 태우면서 제사는 마무리 됐다. 제례 후 주민들은 제사 음식들을 나누면서 화합을 다졌다. 참석자들이 제례를 올리며 돼지머리에 꽂은 봉투 속 돈은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된다.
한편 노거수들은 자식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부모가 심은 것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1871년 신미(辛未)년 이곳에 살던 최씨네 막내아들은 최시형 선생이 주도한 경북 영해 동학혁명운동이 경상도에서도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홀연히 영덕군으로 떠났다. 10년이 흐르고, 최씨 내외는 아들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집 앞에 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아들은 나무가 집 높이를 넘을 정도로 자랐어도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나무들은 주민들의 버팀목이 됐다. 일제감정기 먹을 것이 없던 주민들은 참느릅나무 잎을 따서 쌀이나 밀과 함께 쪄 먹는 등 나무를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동도초등이 생기고 재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증축을 위해 베일 위기에 놓일 뻔한 적도 있었지만, 오래된 나무는 베면 안 된다는 마을 어르신들의 뜻을 받들어 참느릅나무는 150년이 지난 지금도 동네를 지키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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