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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 토크] '영웅' 안중근역 정성화 "뮤지컬과의 차이에 집중…현장 공간 계산하며 발성부터 연습"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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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창작 뮤지컬이다. 2010년 국내 뮤지컬 시상식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한국 뮤지컬 어워즈'와 '더 뮤지컬 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모두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올라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영웅'의 초연부터 14년 동안 안중근 역으로 무대를 이끌어온 배우 정성화의 남다른 기량과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또 한 번 영화 속 안중근으로 살아 숨 쉰다.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대한 의병군 참모중장의 모습은 물론,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따라가는 동명의 뮤지컬 영화로 관객과 마주했다. "내가 다시 안중근 의사를 대변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멋진 일"이라고 전한 정성화는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이고 강직한 모습을 흡인력 있는 연기로 소화했다. 동시에 뮤지컬을 통해 갈고닦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수많은 감정이 응집된 안중근의 진심을 전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성화보다 이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배우는 한국에 없다" 며 투자자들을 설득한 윤제균 감독의 선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화 국내 첫 사례
안중근 무대 14년차 영화분야 첫 주연
노래가 대사처럼 들릴 수 있게 노력
뮤지컬 공연 병행하면서 14㎏ 감량
뮤지컬 영화 활짝 열리는 계기 되길


▶2009년 10월 초연부터 지금까지 원작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을 맡고 있다. 영화의 개봉을 마주하는 입장이 남다를 것 같다.

"설렘과 떨림, 감사함과 신기함이 공존한다. 사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첫째는 영화의 주인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이런 큰 작품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리지널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국내 최초 뮤지컬 영화라는 점이다. 할리우드만 보더라도 뮤지컬 '레미제라블' '캣츠' 등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게 참 부러웠는데, 오랫동안 꿈꿔왔던 숙원이 이뤄져 기뻤다. '영웅'이 잘 돼서 국내 뮤지컬 영화도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느끼고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제균 감독에게 뮤지컬 '영웅'의 관람을 권유했던 게 결과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출발점이 됐다.

"영화 '댄싱퀸'(2012) 때 함께한 인연으로 윤 감독님을 뮤지컬 공연에 초대한 적이 있다. 관람 후 '음악이 너무 좋아서 울면서 감상했다. 뮤지컬로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라고 하셨다. 이후 감독님이 네 번을 더 보러 오셨다. 그리고 마지막 날, '대중들이 안중근 의사를 포함해 독립운동가들에게 부채 의식을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며 '그 일환으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씀하시더라. 누가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든 옆에서 열심히 도와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성화가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다. 얼떨떨했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한 자긍심 한편으로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무대에 설 때와는 다르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도 없진 않았다. 먼 길을 떠날 때 '저 산만 넘으면 목적지'라고 생각해서 급하게 서두르거나 무작정 산만 보고 가다 보면 쉽게 지치고, 험한 길을 만났을 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느끼면서 가야 한다. 내게 주어진 미션만 생각했다. 나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신경 쓰는 대신 매번 점검하고 체크 하면서 나갔다. 국내 최초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설레었다. 감독님과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는 게 좋았고, 배우들과 형 동생 하면서 끈끈한 우정을 쌓는 게 즐거웠다. 설희 역의 김고은 배우와는 극 중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함께 커다란 전쟁 신 하나를 찍은 것처럼 강한 동지애마저 느껴졌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별히 달라진 건 뭔가.

"극에 맞게 설정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대사와 장면이 좀 더 구체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다. 가령 회령 전투 신이 실제로 등장하고, 안중근 의사가 동생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과 설희 캐릭터 등이 좀 더 세밀하게 묘사된다. 안중근에게 짝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중국인 소녀 링링도 영화 '영웅'에는 없다. 대신 (박)진주씨가 연기한 마진주라는 인물이 독립군 마두식(조우진 분)의 동생으로 나오는데, 오빠와 함께 안중근을 위해 여러 헌신과 노력을 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여러 부분이 바뀌다 보니 전혀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졌다. 시나리오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고 공연 때는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접근을 달리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건 남산에 있는 안중근 기념관이다. 그분의 발자취와 당시 심정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안중근 의사의 생전 모습과 닮은 영화 포스터의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였는데.

"대한민국의 분장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물론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고 포즈를 비슷하게 취한다고 끝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안 의사가 사진을 찍기 전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생각해 봤다. 포승줄에 묶인 채 일본군 순사에게 이끌려 의자에 앉혀졌을 것이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 자신과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일지에 대한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갔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 속에서 그런 감정들이 느껴졌고, 포스터 촬영 때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리려 했다."

▶영화의 70%가 현장에서 녹음된 라이브 가창 버전으로 담겼다.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과는 달리 발성부터 다른 접근이 필요했을 텐데.

"무대에선 정제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가급적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영화는 공간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그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게 솔직한 감정이다. 노래에 진실함이 묻어나야 했고, 대사처럼 들릴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초심자의 자세로 발성부터 다시 연습했다."

▶많은 곡을 소화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넘버가 있나.

"'십자가 앞에서'라는 곡이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에 앞서 여관에서 혼자 기도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두려움이 극복되길 바라는 그의 염원이 담겨 있다. 비장하면서도 슬픈 곡이지만 받치는 후회도 느껴져야 하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어야 했다. 그 장면을 원 테이크로 찍었고, 그 순간만큼은 진짜 뮤지컬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윤제균 감독이 주문한 건 뭐였나.

"체중 감량이다. 나도 내 의지를 증명해 보이고 싶어 86㎏에서 72㎏까지 감량했다. 배우들이 작품 속 캐릭터를 위해 감량하는 건 당연하고 흔한 일이지만 당시 뮤지컬 공연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긴 했다. 캐릭터 접근에 관해서도 조언해 주셨는데, 내가 일본인 검사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머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했다.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감독님의 생각은 다르셨다. '성화야, 네가 여기서 한 번에 다 달리면 정작 힘을 줄 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이 장면에선 아무런 감정도 주지 말고 담담한 어조로 하는 게 좋겠어'라고 주문하셨다. 무대 위에선 목소리와 액션이 어느 정도 과장될 필요가 있지만 영화는 다르다는 걸 간과했다. 내 생각대로 '강강강(强强强)'으로 나갔다면 관객뿐만 아니라 나도 지레 지쳤을 거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까지 '영웅'은 누구보다 당신에게 남다른 의미일 것 같다.

"그런 위대한 분의 삶을 보여드리고 있으니 더욱 올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선생님이 남기신 유묵 중에 '고막고어자시(孤莫孤於自恃)'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잘난 체하는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다. 바로 나한테 하신 말씀 같더라. 내가 14년간 안중근 역을 맡았다고 해서, 특별히 내세울 건 없다. 그저 맡은 일을 겸손하게 하다 보면, 자연히 사람들은 모이게 된다. 이게 그분의 가르침이다. 뮤지컬 연기를 한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이런 걸 했어?'라고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보다는 내게 찾아온 기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게 더 소중하고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채 개그맨 출신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후 2004년에 김경식 선배와 2인극 '아일랜드'를 공연하고 있었다. 당시 뮤지컬 계에서 꽤 유명한 설도윤 제작자가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뮤지컬 배우로서의 기량이 된다고 보신 것 같다. 그전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길이었지만 이후 뮤지컬 '아이 러브 유·유아 퍼펙트·나우 체인지' 출연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도 첫 공연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공연이 끝나고 나를 향해 관객이 쳐주던 박수를 받으면서 난생처음으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고, '이제 찾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부터 마치 중독된 것처럼 (뮤지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싶은가.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내가 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모두가 나를 원하고, 그로 인해 내 삶과 꿈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면 끝까지 하고 싶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만두게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한쪽 발은 계속 담그고 있을 것 같다. 영화에 캐스팅됐을 때 많은 분으로부터 응원과 축하 전화를 받았다. 특히나 동료 뮤지컬 배우들은 내심 개봉 이후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영화가 잘되면 그들도 나처럼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동시에 뮤지컬 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 역시 이전보다는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아질 것이다. 일단 꿈 하나는 이룬 셈이다. 가능하다면 차기작도 뮤지컬 영화로 대중과 만남을 갖고 싶다. 그리고 '라라랜드'와 '겨울왕국'처럼 뮤지컬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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