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작. |
김영세 작. |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는 2022 동시대미술 기획전 '남겨진 것들'을 갤러리 금호에서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현대미술을 운동에 참여해 실험적인 작업을 시작한 이래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두 작가 김영세·김정태 2인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어울아트센터 측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흐름 속에서 잊혀져 가는 수많은 것들과 남겨지는 것들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갤러리 금호에 입구에 들어서면 김정태의 '시간-흔적(time-trace)'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영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김정태는 이번 전시에서 인물의 뒷모습같이 두상을 실루엣으로 나타낸 일련의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어 제시한다. 반도체의 메모리 칩을 연상하게도 하는 두상의 내부는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뇌 속에 일부의 데이터는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기도 하고 일부는 지워졌거나 없어져 버린 듯 하다. 숫자나 문자로 된 기호들이 암호처럼 표현돼 상징과 은유를 동원해 읽게 하기도 한다.
김정태는 작가노트에 "늘 강인할 것만 같던 모든 것들이 우주의 시간을 보면 보잘 것 없는 것임을 깨닫는 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젊은 날 세상의 중심은 나였다. 나를 내려놓는 것이 상실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의 자신감, 아집, 욕망, 사랑 등의 흔적이 나였다. 지금, 그 모든 흔적들이 머리·가슴에 점점이 피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썼다.
갤러리 금호 안쪽에서는 김영세의 '무용지용(無用之用)' 시리즈와 마주할 수 있다.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김영세는 버려지는 골판지를 활용해 그 위를 전면 균질적인 방법으로 '올오버 페인팅'한 작품을 선보인다.
애초 상자를 접었던 자리에 생겨난 골은 화면을 가로·세로로 구획 짓는 기하학적 분할 선 역할을 한다. 또한 골판지에 남은 희미한 자취들이 많은 은유를 품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를테면 상자 표면에서 뜯겨나간 자리에 드러난 골판지 특유의 무늬는 아물지 않은 큰 상처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골판지의, 골판지에 의한, 골판지를 위한 작품에 집중했다"면서 "노인의 주름과도 같은 골판지 박스에 연민의 손길을 내밀어 봤다. 사라지는 것들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공휴일 휴관. (053)320-5137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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