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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간] 급류- 그날 밤, 열일곱 동갑내기 연인에게 어떤 일이…

2023-01-06

정대건 작가 두 번째 장편소설

도담·해솔 만남과 사랑 그려

급류 휘말리 듯 사건 겪은 후

서로를 보듬는 회복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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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급류'는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몇 번이고 서로를 놓친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를 어루만지는 회복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0년 '한경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정대건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이 배경이다.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다. 급류 같은 사건에 휩쓸려 몇 번이고 서로를 놓친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를 어루만지는 회복의 이야기다.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러 갔던 도담이 물에 빠질 뻔한 해솔을 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솔은 한눈에 봐도 인상적인 남자아이다. 운명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첫 만남 이후, 둘은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비밀이 없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첫사랑이 잔잔한 물처럼 평탄하지만은 않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올 수 없이 빨려드는 와류처럼 둘의 관계는 우연한 사건으로 다른 국면을 맞는다.

급류_표지
정대건 지음/ 민음사/300쪽/1만4천원

도담과 해솔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던 어느 날,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 관계인 듯한 정황이 드러난다. 화가 난 도담은 두 사람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그날 이후, 진평에서 오직 서로가 전부이던, 나누지 못할 비밀이 없던 도담과 해솔의 관계와 삶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다.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는 어떤 관계였던 걸까? 그날밤 도담과 해솔은 어떤 일을 겪게 된 걸까?

결국 도담과 해솔은 그날 밤의 사건을 덮어 둔 채, 가족의 손에 이끌려 작별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에 잃게 된 악몽 같은 순간을 매일 복기하며 서로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날 이후의 시간을 보낸다. 사랑하는 가족이 남긴 거대한 물음표를 지닌 채…. 그리고 사랑을 믿지 못하며 죄책감을 품고 죄인처럼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스물한 살이 된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하지만,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다.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 연인이 되지만 이들의 관계는 절뚝거리고 위태로워 보인다. 그들은 이 사랑이 죄책감 때문인지 진짜 사랑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지난 불행을 잊기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무엇보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 진평에서의 그날이 떠올라 서로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소설은 같은 트라우마를 지닌 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도담과 해솔이 같은 상처를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 또 어떻게 다시 한번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지를 그려낸다. 충격적이지만 보편적인 러브스토리이면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이다. 동시에 결코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복잡하고 깊은 물 같은 이야기다.

소설은 또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단 한 가지 모양이 아닐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에 눈뜨고, 배신당하고, 사랑을 믿고, 믿지 않고, 사랑에 빠지기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해 보려는 이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언제나 잔잔할 것만 같던 수면이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깊이와 거센 속도로 덮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따뜻하게 쬘 줄만 알았던 불꽃이 순식간에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뜨겁게 치솟는 불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소설은 예상치 못한 사랑의 성질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깊이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용감하게 몸을 던져 깊은 물의 바닥까지, 뜨거운 불의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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