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철강·2차전지 동반 둔화로 투자 급감
구미, 방산·반도체 중심 대규모 기업 유입
산업 구조 전환 속 지역 경쟁력 격차 확대
좌)구미산단, 우)포항제철 전경 영남일보 DB
경북 양대 도시인 포항·구미의 산업 기상도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강과 2차전지를 양대 축으로 성장해 온 포항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산업 불확실성 확대 속에 기업 투자와 고용이 동시에 위축된 반면, 구미는 방산·반도체·AI 등 미래산업을 앞세워 대규모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3면에 관련기사
17일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업 투자유치 업무협약(MOU) 체결 건수와 투자액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23년 7조4천억원(14건) 규모였던 투자 유치는 2024년 2천810억원(12건)으로 수직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현재까지 7건 체결에 그치고 있다. 올해 투자 유치 규모는 작년보다 늘었지만 2023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용창출 인원도 2023년 2천687명에서 2024년 833명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포항경제의 중심축인 철강과 2차전지 산업의 동반 부진과 맞물려 있다. 철강은 글로벌 수요 위축, 미국의 고관세,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주력 기업의 실적이 흔들렸다. 여기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캐즘' 현상으로 에코프로 등 2차전지 핵심 기업들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대기업의 긴축은 협력업체 가동률 저하와 채용 축소로 이어지며 지역경제 전반에 냉기를 확산하고 있다.
반면 구미는 미래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어 대비된다. 구미시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 이후 무려 868개의 기업을 유치해 10조6천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고용창출 인원도 9천800명을 넘어섰다. 방산혁신클러스터와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 이후 한화시스템·LIG넥스원·LG이노텍·SK실트론 등 앵커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며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구미국가5산단에 대규모 AI첨단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예고돼 추가 도약도 기대된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방산·반도체·로봇 등 신산업 비중이 커지는 반면, 섬유·LCD 등 전통산업은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구조 전환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포항과 구미의 대비는 산업구조 다변화 여부가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존 주력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위기 대응 전략과 신산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태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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