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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카카오의 기간제 사과

2023-01-13

지난해 10월 먹통사태를 일으킨 카카오가 지난 5일 장애 피해 보상의 일환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했다. 단 기한은 90일. 또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톡서랍의 체험권도 선착순으로 배포했다. 역시 한 달만. '기간제 사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모티콘 3종을 무료로 배포하는데 이 중 하나만 영구사용이 가능하고 나머지 2종은 90일만 쓸 수 있다. 일부 시민은 "하루 종일 불편을 겪게 하고 고작 이모티콘을 지급하는 것에 불만"이라며 "업무나 생계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고려해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지어 톡서랍은 한 달 무료 체험 후 자동결제되는 구독상품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공룡기업 카카오가 쪼잔한 보상책을 내놓았다. 일부 보상에는 지뢰처럼 자동결제가 숨겨져 있다. 독점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 의원은 "기업이 자정하지 못하면 국회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 플랫폼 독점 방지를 위한 법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카카오는 1개월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용자에게 알려 정기결제를 원하지 않는 이용자는 미리 해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전 국민의 카톡이 멈췄던 지난해 10월 이후 카카오팀은 비판과 응원을 새겨들으며 원인 분석과 기술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았다"며 보상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발송했다. 보상 메시지를 보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새해를 기념하는 선물인가 싶기도 하다. 먹통사태에 대한 피해 보상이라는 말은 없다. 카카오의 메시지는 '전 국민에게 전하는 카카오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사과' '미안' '죄송' '유감'과 같은 말은 볼 수 없었다.

보상을 한다면서 프로모션을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톡서랍이 이전까지 어떤 기능인지 잘 몰랐다. 이번에 보상 서비스를 보며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알았다. 이미 프로모션에 '당한' 것 아닐까.

요즘 '당한다'는 말을 간혹 쓴다. 이번 카카오의 사과를 예로 들면 '사과를 당해버린' 것이다.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일방적으로 사과를 한 경우다. 앞서 말했듯 사과의 뉘앙스는 없었지만 허탈하게 사과를 당해버린 경우다. 한편으로 카카오가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이용자 모두에게 이모티콘과 톡서랍 체험권을 제공한 것이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으니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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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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