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 불벌죄' 스토킹 관련 처벌은 받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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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법원 전경.영남일보DB |
과거 교제하던 여성을 미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도리어 경찰을 폭행한 4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피해자가 원치 않았던 탓이다.
대구지법 형사1단독 배관진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난 B(여·42)씨를 만나 2개월여 교제하다가 지난해 1월 헤어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3일, 약 2시간 동안 자신의 승용차로 B씨를 미행했다. 이를 알아챈 B씨는 경찰에 "2주 전 스토킹 피해 신고를 했는데, 오늘 집 주변에서부터 그 남자가 차를 타고 따라온다"며 신고 전화를 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이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즉시 정차하고 내릴 것을 요구했는데도, A씨는 도주를 시도하거나 창문을 살짝 내리고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이러냐"며 하차를 거부했다.
경찰관 C씨가 창문 안으로 손을 넣어 핸들을 잡고 시동을 끄려고 하자, A씨는 갑자기 창문을 올려 팔을 부딪히게 했다. 또 갑자기 차량을 50㎝가량 움직이면서 경찰관 D씨의 왼쪽 다리를 들이받기도 했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관들을 폭행하며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한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은 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입은 경찰관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A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797차례에 걸쳐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해 9월엔 B씨의 얼굴을 때리면서 경찰관에게 경고를 받았음에도 10월까지 여러 번 연락하고 2차례 B씨 집에 찾아간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B씨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공소 기각됐다.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 불벌죄'다. 지난해 9월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법무부와 정치권은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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